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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TV토론 ‘개봉박두’…‘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정치쫌!]
18일 금태섭과 ‘제3지대 단일화’ 첫 토론 격돌
금측, 실무협상 난항 속 ‘토론에 소극적’ 이미지 부각
김종인도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다”
시정운영 청사진, 논리성과 유연한 태도 보여줄지 관건
토론서 우위 보이면, 野 단일화-4·7 본선 승리 ‘대세론’도 가능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에서 '글로벌 경제도시 서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토론 문제 잡음 나면 무조건 안철수 후보의 손해예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KBS라디오에서 내놓은 말이다. 금태섭 전 의원과의 첫 격돌을 앞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발언이기도 하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를 위한 1차 TV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토론이 진통 끝에 연기된 지 사흘만이다.

선거의 꽃은 토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며 대면유세 자체가 어려워진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더욱 그렇다. 특히, 서울시장 야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안 대표로선 대선에 출마했던 자신의 체급을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한껏 낮추고도, 지자체장 첫 출마에 ‘무소속’인 금 전 의원과 맞붙는 싸움이다. 복싱으로 치자면 세계 챔피언 도전자가 ‘신인왕’ 도전자와 겨루는 격이다. 얼핏 보면 ‘잘 해봐야 본전’인 싸움이다. 그러나 어차피 넘어야할 관문이고, 잘 되면 지지율을 ‘대세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만큼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에서 ‘한 번의 토론’ 정도로 넘길 수 없는, 결정적이고도 피할 수 없는 이벤트다.

관건은 안 대표가 과거 대선에서의 실패를 벗어나 한결 강해진 모습을 유권자에 보여줄 수 있느냐다. 안 대표측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소통과 공감에 방점을 두고 그런 부분을 주변 의원들이나 자문을 구하시는 분들과 꾸준히 소통, 공감해왔다”고 했다.

안 대표 역시 이날 오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18일 토론에 대해 “제가 평소에 여러 정책 발표를 했었지 않았나. 그 정책에 대해 조금 더 쉽게 많은 분들께 설명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필승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평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그걸로 충분히 그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17년 제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론조사에서 내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뒤지다가 투표일을 한달여 앞두고 반짝 1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잇따라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2위 자리마저 지키지 못했다.

‘갑(甲)철수’, ‘MB(이명박) 아바타’ 등 당시 안 대표 반대자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인용함으로써 오히려 대중적 비호감도를 확대·확산시켰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의 잇단 ‘양보’에 이어 2017년의 지지도 추락은 안 대표에게 ‘용두사미’의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에서 '글로벌 경제도시 서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는 금 전 의원과의 TV토론이 한층 더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야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용두사미’가 될지,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며 ‘대세론’의 주인공이 될지를 가르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3지대 단일화’가 난항을 겪으며, 시작도 전부터 ‘안철수가 토론을 꺼린다’는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점이다. 앞서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측은 15일 토론을 앞두고 실무협상 과정에서 토론 횟수와 방식, 방송사 선정 등의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4일 실무협상 결렬을 알리며 “미리 정해진 질문에 외워 온 답을 말하는 식이 아니라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측이 ‘정해진 주제에 대한 토론’을 고집했다는 의미다.

또, 공방 과정에서 안 대표측이 ‘단일화 TV토론은 후보당 1회로 한다‘는 2002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꺼내들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토론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 “제3지대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도 쏟아졌다.

당장 야권 단일화 ‘결승전’ 상대인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행여나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존·공멸 상황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금 15일 토론 무산의) 원인을 따져보면, 정치인이 소위 국민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 자유자재로 답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며 “(한쪽은)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정된 질문 답변만 하자’ 해가지고서는 토론이 될 수가 없다”고도 했다. 토론 무산의 원인을 전적으로 안 대표에 돌리는 발언인 셈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 역시 지난 16일 오신환 예비후보와의 토론 중 “안 후보는 금태섭 후보와 억지로 한 번 토론을 잡은 것 같은데, 이런 비대면 선거에서는 비전·정책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금 전 의원이나 국민의힘 모두 TV토론을 안 대표의 ‘약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내에도 이런 인식은 상당히 퍼져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안철수가 본선에 가서 박영선과의 토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안 대표로서는 토론을 최대한 피하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미리부터 토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노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전날 YTN ‘뉴스큐’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공격, 비판하는 표현을 보면 과거 부드러운 안철수에서 강한 안철수로 변신했다고 본다”면서도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안 대표가) 과거에 비해서 정말 국정을 운영할 만한 지도자가 됐구나하는 구체적인 청사진, 정책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지, 또 과거에 화가 나면 감정표현을 했던 부분들을 가라앉히고 안정된 지도자의 모습을 얼마나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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