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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째 생이별에 속끓는 가족들…“얼굴 못보고 떠나시면 어떡해”[촉!]
코로나19로 귀성 포기 늘어
병원·요양원에 모신 부모님과 생이별
“가족 못 본 탓 우울증으로 병세 악화”
실향민 합동 차례마저 취소
코로나19병동 의료진도 설명절 잊어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경기 수원시의 한 요양원에 87세 노모를 모시고 있는 A(4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회가 금지되면서 1년 가까이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야 할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이런 현실이 더 쓰라리다. A씨는 “설 인사를 드리기는커녕 영상 통화로 짧게 보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어머니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한다”며 “병세가 악화돼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나실 까봐 가슴 졸이고 있다”고 속상해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향한 애끊는 ‘사모곡’이 울리고 있다. 특히 병원, 요양원 등에 모신 부모님과 1년째 생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절절한 사연이 줄을 잇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으로 최근 논란이 된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앞에는 설에도 홀로 침상에 누워 있을 부모님을 그리며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은 보호자들이 있다. 퇴원 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고령·중증 환자들의 증상 악화를 우려해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이들이다.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아흔을 넘긴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허모(32) 씨도 그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은 오는 15일까지 고령 환자들을 퇴원시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걱정에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아픈 설 연휴를 보내야 한다. 지난 6일 오후 행복요양병원 앞에서 열린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 강제지정 및 강제퇴원 반대 보호자 발대식’에 모인 보호자들. [연합]

허씨는 “매주 찾아오던 가족들이 오지 않으니 얼마나 우울감이 심하시겠느냐. 면회 제한이 1년 돼 가면서 할머니와 같은 병실에는 우울증에 걸리며 상태가 악화된 분들이 많아졌다”며 “그러다 보니 부모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임종을 겪은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설 명절 직후 강제 퇴원해야 하는 상황은 허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는 “고령·중증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 왔다갔다하다가 더 병들 수 있다. 최근에는 아무리 병세가 나빠도 (타 병원)외래 진료조차도 안 가려고 했다”며 “협의 없이 탁상행정으로 전담 병원으로 지정해 보호자들을 엄동설한에 병원 밖에 무릎 꿇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매년 명절마다 통일경모회 주최로 열린 이산가족 합동 차례가 취소되면서 실향민들은 집에서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합동 차례가 열리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의 지난해 12월 모습. [연합]

북녘땅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도 1년째 집에서 차례를 드려야 하는 처지다. 매해 명절마다 북쪽의 고향을 바라볼 수 있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추석 때처럼 행사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1·4 후퇴 때 고향인 경기 개성시(1951년 당시)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두고 온 윤인순(88)씨는 “강화도만 찾아도 임진강 하류 건너편에 큰 집이 보였다. 그렇게 가까운 데도 70년 동안이나 가질 못했다”며 “코로나19에다 몸도 좋지 않아 집에서 예배만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코로나19 병동에서 ‘오프’(휴일)를 잊고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에게도 가족과 보내는 설 연휴는 남 이야기다. 서울대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전공의 송정인 씨는 “연휴에도 새로운 환자가 들어올 수도 있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며 “격리실에 떨어져 있는 환자를 폐쇄회로(CC)TV로만 지켜보다가 죽기 직전에나 얼굴을 볼 수 있는 보호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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