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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폭력에 성희롱에…트랜스젠더 65%, 1년새 차별 경험[촉!]
인권위, 국가기관 최초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공공시설, 은행 방문도 꺼려…가족·학교 내에서도 차별↑
군복무 중 관심사병으로 찍히고 성희롱 당하거나 구직 시 차별도 겪어
국가인권위원는 9일 국가기관 최초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이상은 최근 1년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내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이상은 최근 1년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혐오·차별 표현을 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학교, 군대, 직장은 물론 가족에게서도 무시나 폭력을 받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기관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공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내용으로,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인권위는 진단했다.

인터넷·미디어에 혐오 만연…65%가 차별경험

국내 트렌스젠더 591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384명)는 지난 12개월간 성적 정체성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한 곳은 SNS를 포함한 인터넷이 97.1%로 가장 많았고,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 매체(76.1%) 등 미디어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혐오·차별이 일어나는 공간은 다양했다. ▷신분증·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의료기관 이용(21.5%) ▷담배 구입·술집 방문(16.4%) ▷보험 가입·상담(15.0%) ▷은행·상담(14.3%) ▷투표 참여(10.5%) ▷전화, 인터넷 가입·변경(9.2%) ▷증명서 발급(8.5%) ▷주택 관련 계약(8.1%) 등 일상적 용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포기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공공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40.9%(241명)가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이용했고, 남녀 공용이나 장애인 화장실, 인적이 드문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는 37.2%였다. 화장실을 안 가려고 음식, 음료를 피하거나 화장실 이용을 아예 포기한 응답자도 각각 39.2%, 36.0%에 달했다.

관공서를 이용하면서 공무원 등 직원으로부터 모욕적이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들은 경험도 12.5%나 됐고, 10.1%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 추가 서류·절차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가족·학교도 차별에서 안전하지 않았다…직장도 ‘난관’

가족, 학교 등 소속 집단에서도 차별을 경험하는 트렌스젠더도 적지 않았다.

가족들이 본인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203명(34.4%)였고, 알고 있는 경우에는 ▷모른 체 하거나(56.6%) ▷본인이 원하는 성별 표현을 못하게 하거나(44.0%) ▷언어적 폭력(39.4%) ▷경제적 지원 중단(12.9%) ▷신체적 폭력(9.9%)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상담사·종교인에 데리고 가는 경험(9.9%) ▷집에서 내쫓은 경험(9.4%) 등이 있었다.

중·고교를 다닌 응답자들은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한 가지 이상 있었다. 응답자의 67.0%는 수업 중 교사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고, 21.3%는 교사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출생 시 지정 성별이 남성인 응답자(259명) 중 42.1%가 현재 군 복무 중이거나 군복무를 마쳤는데, 이들은 ▷공동 샤워 시설 이용시(58.3%) ▷성소수자 비하 발언·이를 용인하는 문화(54.6%) ▷성별 정체성이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52.8%)이 있다고 응답했다. ▷관심 사병으로 분류되거나(29.5%)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12.4%)까지 있었다.

구직 활동과 직장 생활도 트랜스젠더에게는 난관이었다. 구직 활동 경험자 중 57.1%가 성별 정체성 때문에 구직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구직·채용 과정에서 외모 등이 남자·여자답지 못하다는 반응(48.2%)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성별 표현의 불일치(37.0%) ▷출신 학교 등을 기재해야 하는 지원 서류 제출(27.0%)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에서 용모·말투 등이 남자·여자답지 못하다고 반복적 지적당하고(26.6%) ▷성별 정체성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을 받고(17.1%)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거나(8.9%) ▷성희롱 또는 성폭행 경험(8.2%)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병원 이용 시 33.1%는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입원실·탈의실을 이용했고, 28.5%는 의료인·직원이 이름·성별이 맞는지 물었으며, 10.7%는 모욕적 발언 또는 불필요한 질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의 법, 제도, 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문 참여 트랜스젠더 591명…86%는 성별 정정 시도 안 해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11월 인권위의 용역을 받은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국내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설문 참여자 중 트랜스여성은 189명, 트랜스남성은 111명이었다.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은 여성 또는 남성이지만, 이분법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 ‘논바이너리’는 각각 221명·70명이었다.

법적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는 8.0%(47명)에 불과했고, 4.7%(28명)는 정정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법적 성별 정정을 시도한 적 없는 86.0%(508명)는 ▷성 전환에 드는 의료 비용(58.9%) ▷복잡한 법적 절차(40.0%) ▷성 전환에 따르는 건강상 부담(29.5%)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성별 정정을 했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성 전환 의료 조치 관련 요건 준비(78.1%) ▷서류 준비·작성(61.%) ▷정보 찾기(47.6%) ▷법원 심리 과정(31.7%) ▷가족 반대(28.1%)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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