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SRT 승객’ 방역수칙 위반 신고하니…“전화로 설명하세요”[촉!]
객실서 마스크 내리고 햄버거 취식하는 사람 신고
SRT 내 방역 수칙 위반 신고하니 철도특사경이 전화로 질문
“신고자 드러나지 않도록, 객실장이 바로 출동해야”
철도특사경 “정확한 위치를 모를 때 유선전화 필요”
최근 SRT 내부의 모습. SRT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승객들에게 창가 쪽 한 자리씩만 탑승을 허용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국책 연구 기관에 근무하는 50대 A씨는 최근 수서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SRT에 승차했다. 창가에 배정된 좌석에 앉은 뒤 10분을 달렸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맞은편 앞쪽에 앉은 중년 남성 B씨가 햄버거 회사 로고가 새겨진 봉투를 집어 들더니, 마스크를 벗고 봉투 속 햄버거를 꺼내 들어 씹어 먹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수칙에 따라 SRT객실에서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이를 어기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방역 수칙을 어긴 현장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A씨는 휴대전화 속 SRT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신고하기’ 버튼을 눌러 방역 수칙 위반 사례를 문자로 적어 전송했다. 차량 호수와 객실 번호 역시 기입했다. 이 내용은 철도범죄신고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이하 철도특사경)에 전달됐다.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갑자기 A 씨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 오더니 “어떤 사안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어느 위치 객실이냐”는 질문을 받게 된 것이다. 당황한 A씨는 전화를 바로 끊고 문자를 통해 신고 내용을 다시 전달했다.

A씨는 “전화를 받는 순간 너무 아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SRT 객실처럼 조용하고 앞뒤 간격이 얼마 되지 않는 공간에서 ‘누군가 방역 수칙을 어기고 있다’고 소리 내 말하면, 신고자가 바로 특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어느 누가 보복 위험을 감수하고 방역 수칙 위반자를 SRT에 신고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객실 내부에서는 취식을 하지 말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내용의 이미지. [연합·망고보드]

A씨는 “‘방역 수칙 위반’이 아니라, ‘객실 내 성추행’이었다고 생각해 보라. 가해자가 곁에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전화로 말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며 “문자로 신고를 받으면 문자로 회신을 주거나, 객실 관리자가 바로 해당 객실에 찾아오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SRT 승객이 철도범죄신고 앱을 통해 신고하게 되면,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사경에서 이를 접수하고 출동하게 된다. 승객이 앱을 통해 신고하면, 해당 신고 문자는 철도보안정보센터로 전달되고, 다시 이 내용은 인근 철도특사경 센터에 전파된다. 철도특사경이 있는 센터는 전국에 총 26곳으로 주요 역사 안에 배치돼 있다. 철도특사경 관계자는 “센터 직원 등이 철도 이동 구간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 유선을 통해 전화로 확인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철도특사경 인력이 SRT에 일정 부분 상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철도특사경 현장 인력 300명 중 100명을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할 때 관리·통제하도록 별도의 임무를 맡겼다”며 “기차에 일정 수준 출동 인력을 상주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