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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잭팟’에도…‘코로나 특수’ 못 누리는 국내 e-커머스 [언박싱]
美아마존 분기 첫 1000억달러 매출
11번가 등 적자폭 줄였지만 ‘흑전’ 아직
올 투자확대 통해 ‘레벨업’ 기대 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국내 e-커머스업계가 지난해 예상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영업적자를 줄이긴 했지만 매출 볼륨이 시장 예상만큼 ‘퀀텀 점프’를 할 정도로 커지지 못한 것이다.

미국 온라인쇼핑업체 ‘아마존’이 분기 첫 1000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등 ‘잭팟’을 터트린 것과 다소 대조적이다. 코로나 대응과 함께 정부 압박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등 비용 지출, 작은 국내 시장 내 온라인 경쟁 격화 등 한국적 상황 때문에 코로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분기 매출 첫 1000억달러 돌파했는데

미국 C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255억6000만달러(약 135조428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순이익도 72억달러(약 8조원)로, 전년 동기 33억달러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쇼핑 이용이 한층 더 활성화된 가운데 연말 쇼핑 시즌이 겹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마존의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38% 늘어난 3861억달러(약 429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000억∼1060억달러, 30억∼6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횡재를 안기긴 했지만 아마존도 초기에는 수요 급증에 대처하는 데 고전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직원을 50만명 이상, 풀필먼트센터 등 물류 설비 면적을 약 50%나 증대하는 등 재빠른 대처에 나서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e-커머스, 영업손실은 줄였지만…예상만큼 특수 못 누려

3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100억원 이내로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4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지만, 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거래액은 10%가량 증가한 10조원 규모다. 특히 십일절 성과에 힘입어 4분기 매출과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 17.9% 늘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이 757억원에서 540억원으로, 29% 나아졌다. 다만 매출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3864억원에 그쳤다.

위메프 본사.

이들 기업이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 등 직매입 상품 비중이 낮은 사업적 특성 때문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거래가 대폭 늘어난 이 제품 대부분이 직매입 유통을 통해 거래되는 품목이다 보니 11번가나 위메프처럼 사업자를 플랫폼에 유치해 영업하는 오픈마켓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적 시장 상황도 e-커머스업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대응 비용은 물론,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관련 비용 지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e-커머스들은 지난해 소상공인 및 농어민 지원을 위한 판촉행사를 수시로 진행했고, 온라인 입점 수수료도 대폭 낮췄다. 위메프는 지난해 신규 입점한 소상공인에 대해 입점 수수료를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이 는 것 이상으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졌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가 온라인 및 물류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고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업체도 커머스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게 e-커머스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 편의에 적극 투자 “올해는 레벨업한다”

그렇다고 e-커머스업계 분위기가 암울하지는 않다. 11번가의 경우 애초 목표로 했던 연간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그간 매월 지출했던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100억원 이내로 적자 규모를 잡아 상당 부분 선방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적자를 대폭 줄여 턴어라운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진 만큼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이에 위메프는 올해 사용자 관점에서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개발 역량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쇼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매출 규모는 언제든 커질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집행하지 못했던 외부 투자금을 올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위메프는 앞서 지난 2019년 넥슨과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7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11번가 역시 올해 국내외 사업자와의 제휴와 라이브커머스 강화, 배송 품질 향상 등을 통해 두 자릿 수의 거래액 성장과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거래액이 폭발했지만 사실 코로나 수혜를 입은 업체들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시장 자체가 커진 만큼 언제든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올해 다양한 투자계획을 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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