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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값 미스터리’…공급 늘었다는데 폭주하는 계란값, 왜?[언박싱]
4년 만에 계란 1판당 7000원 돌파
수입·정부 물량 풀려도 ‘고공행진’ 여전
대상들이 물량 풀기 전엔 가격인하 요원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달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계란 한판에 1만원도 금방이겠네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치솟기 시작한 계란 값이 수입산 계란은 물론 정부 비축 물량까지 시중에 풀렸는데도 폭주하고 있다. 수입 계란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 않은데다, 공급 물량도 턱 없이 부족해 당장 계란 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것도 계란 수요를 부추기고 있어 당분간 금(金)란으로 인한 가계의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4년 만에 1판당 7000원 돌파…‘1만계란’ 시대 오나
지난 1일 서울의 한 마트 달걀 판매대에 붙어있는 안내문. [연합뉴스]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1판(특란/중품) 가격은 7368원으로 한달 전보다 25% 상승했다.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달 4일(5923원)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000원 넘게 오른 셈이다.

최근 계란 1판 가격이 7000원대를 돌파한 것은 ‘계란파동’이 있었던 2017년 1월 이후 4년만이다. 특히 일부 소매점에선 계란 한 판에 8000~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동물복지 유정란 같은 경우에는 1만원을 넘는다.

AI 여파로 알을 낳는 산란계의 살처분이 늘어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계란 가격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47(2015=100)로 1년 전보다 0.6% 상승한 가운데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0% 올랐다. 특히 축산물 가격이 11.5% 상승했는데, 이중 달걀이 1년 전보다 15.2% 오르며 지난해 3월(20.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급등했다.

수입산·정부 비축물량 풀었지만…

치솟는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는 10일까지 2000만개가 넘는 수입 신선란을 시장에 공급하며 지난달 말부터 무관세로 국내에 들여온 수입 계란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수입된 신선란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중에 30개당 4450원에 판매 중이다. 지난달 31일까지 약 140만개의 수입 신선란이 식당, 계란 가공업체, 소매업체 등에 판매됐다.

국내산 계란도 정부가 미리 매입한 비축물량을 풀면서 공급되고 있다. 국내산 신선란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주 간 계란 180만개를 수도권 농협 하나로마트 42개 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특란은 30개당 5100원, 대란은 30개당 4890원으로 시중가 대비 약 30% 이상 저렴하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고객이 달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공급 늘어도 여전한 ‘금(金)란’ 왜?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란 가격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제과·제빵업계, 식당 등에서 사용하던 국산 계란이 수입산으로 대체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빨라야 2월 말께나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갈색 껍질이 주류인 국내 시장에서 흰색 껍질인 수입산 달걀은 일반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다. 계란의 소비 기준이 신선함이다 보니 수입산은 국내산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26일 공개 입찰을 거쳐 미국산 달걀을 실수요업체에 판매했으나 대형마트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 비축물량도 과거와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설을 앞두고 달걀 가격이 한 판당 9000원대까지 치솟자 정부는 공공비축용 달걀 850만개와 방역대 출하량 700만개, 수입량 680만개 등 총 2230만개를 집중적으로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2주간 공급하는 비축물량은 겨우 180만개다. 1일당 13만 여개 정도 풀리는 셈이다. 최소 600만개 이상은 공급되야 계란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중간 유통상인들의 말을 고려하면, 필요 물량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계란 생산과 유통을 겸하는 대상(大商)들이 시장에 물량을 풀기 전에는 계란의 가격 안정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양계 농가에 웃돈을 주면서 물량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어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아직 수입란을 통한 가격 안정화도 미흡한 상황에, 설도 앞두고 있어 계란 가격이 하락 추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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