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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 3개론 부족, 알파룸-베타룸의 등장’…코로나로 부활한 ‘아파트 멀티룸’[부동산360]
온라인 수업 아이 공부방·재택근무 남편 업무방 꼭 필요한 환경
주택업계, 기존 방 3개에 알파룸·베타룸 더하는 멀티룸 신평면 도입
안방 옆 드레스룸 줄여 베타룸, 자녀방 옆 자투리공간에 알파룸
공유 오피스 겸 스터디룸도 활발…개방형 발코니도 다시 등장해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 2006년 3월 판교 신도시 동시분양에서 기록적인 경쟁률이 나왔다. 수도권 1순위 청약자 29만4820명 중 10만2615명 접수. 당시 수도권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브랜드 ‘풍성 신미주’ 아파트에는 1순위 청약자 3분의 1인 10만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2073대 1에 달했다. 입지면에서 대동소이했던 인근 한림아파트의 최고 경쟁률 1076대1를 압도했다.

풍성 신미주의 차별화 포인트는 ‘33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방 3개’의 공식을 과감히 깬 것이다. 풍성은 33평형 A타입에 중소형 아파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방 4개의 구조와 5베이(주택을 정면에서 볼 때 나뉘어지는 칸 수)를 선보였다. 설계를 담당한 건원건축 관계자는 “당시 30평형 대 입주자는 주로 30대 중후반, 40대 초반 나이로 경제력 수준에 비해 방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며 “커가는 자녀를 위하거나 개인적 용도로 쓰일 수 있게 방을 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기 신도시 이후 저출산에 따른 가구원 수 감소로 자취를 감췄던 30평형대 방 4~5개 평면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초중학생 자녀 둘의 온라인 수업에 따른 공부방, 맞벌이 부부의 재택근무 업무방이 꼭 필요한 환경을 맞았기 때문이다. 30평형대의 일반적인 평면인 기존 방 3개에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알파룸’과 ‘베타룸’을 설계하는 등 신평면 도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또 아파트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탁트인 전망과 접하는 개방형 발코니를 살리는 평면도 점차 늘고 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코로나로 외부 출입이 제약을 받으면서 집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기능의 평면이 아파트 설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투리 공간 알파·베타룸 변신, 아이 홈스쿨 공부방· 아빠 재택근무 업무방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와 부모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은 이제 교실과 사무공간을 겸하는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실제로 수도권 견본주택을 찾은 30~40대 주부 등 방문객들은 예전과 달리 방이 많은 집을 찾고 있다는 게 주택업계 분양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잦은 온라인 수업으로 초·중학교 자녀들의 개별 방이 필수가 된 데다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별도의 방 있어야 한다는 것. 집에서 쉬기만 하면 방이 적어도 되지만 이제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 하니 그만큼 분리된 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별내자이더스타’ 84㎡ 에 설치된 베타룸. 재택근무 업무방으로 꾸며졌다.

주택건설사들은 이런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요즘 주택업계가 선보이는 신평면에는 알파룸-베타룸이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서비스 면적인 알파룸-베타룸은 아파트 평면 설계상 남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공간의 크기나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에 하나의 독립된 방으로 사용되지 못했던 것을 개조해 공부방, 업무방, 홈카페 등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1순위 청약에만 8만개가 넘는 통장이 몰리는 청약열기속에 분양을 마친 남양주시 별내지구 ‘별내자이더스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3가지 타입 중 2가지 타입에 방 4개를 설계했다. 안방 옆에 옷 등을 보관하는 드레스룸을 줄여 베타룸을 만들었다. 침대를 넣을 만큼 넓지 않지만 책상을 두고 공부나 업무를 할 수 있다.

‘별내자이더스타’ 전용 84㎡ 평면. 알파룸-베타룸을 더해 최대 5개의 방을 만들 수 있다.

84㎡에 방 4개를 두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84㎡ 타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베타룸 외에 알파룸까지 들여 방을 총 5개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자녀들이 쓰는 방 옆에 침실의 절반 정도 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GS건설 관계자는 “학습 능률을 높이기 위해 자는 방과 공부하는 방을 나눠 알파룸을 독서실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99㎡는 방 4개를 기본으로 두고 안방 옆에 추가로 베타룸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세차익 최대 10억 ‘로또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에서도 알파룸·베타룸을 볼 수 있다. 푸르지오오르투스는 84㎡보다 조금 작은 74㎡에 알파룸을 넣어 방을 4개까지 쓰게 했다. 또 르센트데시앙은 84㎡에 알파룸, 99㎡엔 방 3개 외에 알파룸·베타룸을 설계했다.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도 84㎡에 알파룸을 두고 99㎡에 알파룸·베타룸을 설치했다.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114㎡는 거실과 안방 사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알파룸을 꾸몄다.

롯데건설은 침실과 업무공간, 학습공간을 분리한 ‘홈오피스 평면’을 개발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신동탄롯데캐슬나노시티부터 적용했다.

안방과 연계된 대형 드레스룸에 책상과 책꽂이형 선반, 서랍으로 구성된 시스템 가구를 접목해 서재 및 업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슬라이딩도어를 설치해 시각적 개방감과 차단에 용이토록 설계했다. 또 자녀방의 경우 측면 발코니 부분에 서재형 시스템 가구가 적용된 홈 오피스형 평면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신동탄롯데캐슬나노시티’에 적용된 홈오피스. 안방 옆 드레스룸을 공부방이나 사무공간으로 활용했다.
‘신동탄롯데캐슬나노시티 ’ 투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라이프스타일 큰 변화…‘클린존’ 등 신평면 도입 줄이어

알파룸·베타룸이 가능한 것은 발코니 확장 구조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란 게 주택업계의 설명이다. ‘별내자이더스타’처럼 3면이 외부에 접한 3면 개방형의 경우 3면에 발코니를 두다 보니 그만큼 확장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진다. 2005년 말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한 후 2006년 3월 성남시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에 발코니 확장을 통한 다양한 평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후 가구원 수 감소 등으로 방 개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방 3개가 대세였고 일부는 방을 두 개만 쓰고 거실을 더 넓게 쓰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2.9명이던 평균 가구원 수가 지난해엔 2.3명으로 줄었다.

주택업체들이 코로나 대응 평면을 분양흥행의 주요 변수로 보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방 개수가 많은 멀티룸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SK건설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해 ‘캥커루 하우스’ , ‘플렉스(FLEX)59’등 다양한 평면을 개발했다.

육아를 하는 맞벌이 부부와 부모와 같이 사는 30~40대 자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 보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게 ‘캥거루 하우스’ 평면이다. 이 평면은 84㎡ 5베이 판상형 구조로 단위세대 실사용면적을 극대화하고, 원·투룸 옵션을 적용하면 별도의 독립공간으로 생활할 수 있다. 소형가구, 청년층 위주로 세대 분리형 임대도 가능하다.

SK건설 ‘캥커루 하우스’ 평면. 84㎡ 5베이 판상형 구조로 단위세대 실사용면적을 극대화했다.

‘FLEX 59’ 평면은 벽과 기둥의 골조를 최소화해 고객 취향에 따라 기존 3베이(침실 1-거실-침실 2 구성) 구조를 거실과 침실을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

신동아건설은 아파트에서 사무실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지큐-베타’ 평면을 만들었다. 현관 입구에서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 공간을 ‘클린룸’으로 꾸며 재택근무와 공부에 필요한 가구를 들인다. 신동아건설 마케팅 관계자는 “클린존에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이 가능한 에어클린시스템과 건식세면대를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홈오피스나 홈스쿨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재택근무가 필요한 입주민들과 학생들을 고려한 공유 오피스겸 스터디룸을 만들 예정이다. 또 커뮤니티 시설에 업무지원 공유시설인 프라이빗 오피스도 만든다.

포스코건설 역시 커뮤니티시설에 1인 독서실, 스마트워크 라운지 등 비대면 업무 및 학습 지원공간을 마련하고, 필라테스 및 실내체육을 위한 공간도 제공한다.

▶햇볕·바람이 그리운 ‘집콕족’들…자연 조망 개방형 발코니도 다시 등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내에 갇힌 ‘집콕족’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평면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햇볕·바람 등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마당처럼 쓸 수 있는 테라스 수요가 증가하고, 확장으로 사라지던 발코니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홍제가든플라츠는 84㎡ 타입 안방 창문 앞 쪽으로 화분을 놓거나 인근 백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작은 개방형 발코니를 넣었다. 테라스처럼 외부에 노출된 공간이다.

지난해 5월 분양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거실 발코니를 전부 확장하지 않고 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일부를 남겨 뒀다. 실내에서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홈가든’이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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