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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러-서방 싸움…시베리아 하늘길로 '불똥’
러시아와 서방 간 무역보복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불똥이 아시아 하늘길로 튀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유럽항공사의 여객기에 대해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하는 ‘항공 보복’을 검토하면서 유럽-아시아간 하늘길이 막히는 데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영공을 이용해 한ㆍ중ㆍ일 동북아 3국으로 가는 유럽 항공편은 매 주 12개국 총 900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계 항공기 추적 프로그램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최근 7일 동안 이 노선을 비행한 여객기는 루프트한자가 162편으로 유럽항공사 중 최다였다.
같은 기간 에어프랑스는 133편, BA는 93편을 각각 운용했다. 이들 3사보다 규모가 작은 핀란드 국적항공사 핀에어가 115편을 운용, 시베리아 영공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편에 속했다.

한 유럽항공사 관계자는 FT에 “시베리아 영공 대신 더 남쪽의 카자흐스탄 영공을 지나면 비행시간이 30분~45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선을 우회함으로써 유럽 항공 3사는 3개월 간 약 10억유로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러시아에게도 손해다. 유럽항공사들이 시베리아 영공 관통 비용으로 매년 3억유로(4147억원)를 러시아에 지불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러시아 국영항공 아에로플로트 예산으로 쓰인다. 러시아 오트크리티 캐피털에 따르면 아에로플로트가 지난해 올린 시베리아 영공 관통료 수입은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의 18% 수준인 1억7000만달러였다.

오는 14~15일에 열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갈등지역태스크포스팀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포함해 지구촌 분쟁 지역의 영공이 거론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러시아의 일방적인 자국 영공 통과 제한 및 금지 조치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44년 만들어진 국제민간항공조약(시카고조약)에 따르면 한 국가의 영공 폐쇄와 개방은 전적으로 해당 국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시대에도 서방 항공사 여객기가 옛 소련 영공을 지나지 못해 남쪽으로 인도와 중동, 북쪽으로 북극과 알래스카로 우회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로 가는 최단거리 길인 시베리아 영공이 막힐 경우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에어(BA), 프랑스 에어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은 우회 노선을 비행함으로써 비행시간 연장, 연료 사용 증가, 운임료 상승 등의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제에 동참하지 않은 한국의 국적항공사는 전과 다름없이 러시아 영공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한국 항공사는 유럽-아시아 노선 여객 시장에서 한국이나 중국 국적 항공 여객기를 선택하는 유럽 고객이 증가하는 등의 반사이득도 기대된다. 일단 유럽항공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항공 보복’ 보도가 나오자 유럽 증시에서 항공사 주식이 급락한 것도 이런 우려의 여파다. 

한지숙 기자/js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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