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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팔 ‘피의 보복’ 악순환, 돌파구 없나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피의 보복’ 악순환이 수십 년 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가자지구 침공은 29일 간 2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등 사상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22일간 6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008년 12월 가자전쟁과 유사한 시간표(timeline)를 갖춘 유혈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어린이와 부녀자 등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내는 ‘비인도주의적 학살’을 막기 위해 이전과 다른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과 다른 29일의 악몽…가자지구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이스라엘은 5일(현지시간)부로 모든 병력을 가자 국경 밖으로 철수시켰다. 지난달 8일 부터 이날까지 29일 동안 일시 휴전과 공격이 반복됐고, 유엔이 추산한 가자지구 사망자는 186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8%가 민간인 희생자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67명이 숨지며 인명피해가 극명히 대비됐다.

이미 공습 24일째인 지난달 31일 1400명이 넘게 숨지며 지난 2008년 가자지구 전쟁 희생자 수(1417명)를 넘어섰다. 이번 사태로 인한 부상자는 1만 명에 육박해 지난 2008년 전쟁 당시 팔레스타인 인권센터가 추산한 부상자 수인 5303명을 기록했다. 분쟁 기간도 2008년 22일보다 일주일 더 오래 지속됐다.

난민 수 역시 2008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09년 BBC방송은 당시 난민 수를 5만여명으로 보도한 반면, 이번 사태로 인한 난민 수는 48만5000명으로 집계했다. 재산피해액도 2008년 20억달러보다 많은 6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전 사태와 다른 점들을 비교하며 새롭게 선보인 이스라엘의 대공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을 꼽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랍 각국이 과거 하마스를 지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에서는 정치적, 정파적 이유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집트의 경우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는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몰아내고 압델 파타 엘 시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무슬림형제단 분파인 하마스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Flickr]

▶‘하늘만 열린 감옥’ 가자지구 피의 악순환=1996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철조망으로 둘러싸기 시작하면서 ‘하늘만 열린 감옥’이 되어버린 가자지구는 2000년 제2차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 이스라엘의 ‘레인보우 작전’(2004년) 등으로 총성이 멎지 않았다.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충돌(2006년)은 계속됐고 2007년 가자전투에 이어 당시 최악의 사태라고 여겨졌던 가자전쟁(2008년)이 발발했다.

하마스가 국경을 넘어 계속 공격을 벌이면서 군사적 충돌은 2010년부터 매년 계속 이어졌고 2012년 ‘돌아오는 메아리’(Returning Echo)작전, ‘방어기둥’(Pillar of Defence) 작전 등 대규모 작전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돼 유혈사태가 계속 반복됐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2008년 가자전쟁과의 비교를 통해 하마스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공습-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개입에 대한 미국의 정당성 강화-하마스의 로켓 반격-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유엔 등 국제사회의 개입-휴전에 이르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분쟁의 고리 끊으려면…=에드 후세인 미국외교협회(CFR) 중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일 CNN에 우선 하마스를 협상테이블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더 나은 이해가 없이는 중동지역의 이스라엘과 아랍의 분쟁을 멈출수 없다”며 “하마스는 단순한 테러단체가 아니라 우리가 협상해야만 하는 정당이자 대규모 회원을 거느리며 무슬림 세계에 저항의 메시지를 전하고 통합하는 사회 운동 단체”라고 밝혔다.

지오라 에이랜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자문위원 역시 NYT에 국가와 다름없는 가자지구에 전쟁을 선포해 봉쇄해 고립시키는 작전보다는 하마스를 정부로 인식해 대응했어야 했다며 비슷한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유엔의 개입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15년 전 유엔이 코소보 사태에 개입했던 것처럼 국제사회의 관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가자지구를 유엔에 반환해 관리하게 하자”며 유엔 코소보임시행정기구(UNMIK)를 언급했다. 유엔의 관리를 통해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FT는 종전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코소보 사태와 유사한 국제사회 개입 외에도 2012년과 같은 봉쇄 유지, ‘비무장화’를 위한 가자지구 재건, 하마스 지도부 제거 등을 전망하기도 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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