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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전 50주년…'확' 달라진 美-베트남 관계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반 세기 전인 1964년 8월 7일, 미 공군 폭격기들이 북베트남에 폭탄을 투하했다. 본격적인 미국-베트남 전쟁의 시작이었다.

미국이 같은 달 2일 통킹 만 사건을 계기로 멋모르고 뛰어든 전쟁은 1973년 철수하기까지 장장 10년 동안 이어졌다. 전쟁은 베트남민주공화국(북베트남)의 승리로 기록됐고 자유ㆍ민주주의와 사회ㆍ공산주의가 대립했던 베트남은 2년 뒤인 1975년 베트남공화국(남베트남)이 패배하며 결국 공산화됐다.

양 측 모두 약 8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전쟁은 수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2004년 베트남 다낭항에 정박하고 있는 미 해군 함정 USS 커티스 윌버(DDG 54). [사진=위키피디아]

두 나라는 올해로 무역 정상화 20주년을 맞았다. 또한 베트남은 최근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으로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공산화 40년차에 접어든 베트남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을 수도 한복판에 들여놓은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옛날의 적이었던 베트남이 새로운 자발적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어네스트 보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동남아 연구원은 타임에 “미 정부가 베트남을 아세안(ASEAN)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전략적인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지난 5년 간 (외교적)게임에서 놀라운 방법으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감탄했다.

1964년 통킹 만 사건으로 알려진 미 해군 함정 USS 매덕스와 소련제 북베트남 P-4 어뢰정의 조우. [사진=위키피디아]

올해는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 엠바고(금수조치)를 해제한 지 20주년이 되는 때이기도 했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는 베트남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허가했고 이는 두 나라 간 관계회복의 분수령이 됐다. 1995년엔 국교정상화를 이뤘고, 2001년엔 미-베트남 양자무역협정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베트남 투자가 급증했다.

미국통계국(US Census Bureau) 자료에 따르면 1994년 2억2340만달러에 불과했던 두 나라 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296억9300만달러로 무려 133배 증가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발간한 공식자료(fact sheet)에서 베트남과의 관계를 “정치적 정상화 이후 점차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쯔엉떤상 주석은 미-베트남 포괄적 파트너십 출범을 통해 양국간 관계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뼈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1968년 베트콩의 구정대공세(테트 공세) 당시 미 해군 장병들.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등을 둘러싸고 발생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도 미국과 베트남 간 관계를 강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은 파라셀군도 해역에서 호위함정을 동원해 석유 시추작업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베트남 연안경비대 선박과 베트남 어선 등이 피해를 입었다. 베트남 내부에선 반중시위가 격화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 안보와 안전에 기여하고 국제법상의 지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더욱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강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 주길 원한다”는 레하이빈 베트남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했다.

1972년 12월 라인배커2(Line Backer Ⅱ) 작전에 참가한 B-52 스트래토포트레스 폭격기. 이 작전은 미군의 베트남 철수 막바지에 이뤄진 대규모 공습이다. [사진=위키피디아]

로이터통신은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세력 확장으로 미국과 베트남의 군사적 유대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미 7함대 역시 남중국해 개입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음을 전했다. 다만 아직 군사적 측면에 있어서는 베트남 정부가 자국 항구에 미군 함정이 정박하는 것을 매년 1회당 3척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표>미국-베트남 간 교역규모. [자료=미국통계국]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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