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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지는 죽음의 공포… ‘울타리’ 치는 세계
7월에만 사망자 420명 급증
발병국 ‘시신 방치’ 통제 불능
최대 인구 나이지리아도 위험

에미리트항공 기니 운항 중단
美 보건당국도 공포차단 주력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기세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치료의사가 추가로 감염됐고, 영국에서는 에볼라 의심 증세로 격리수용됐던 아프리카 여성이 하루 만에 사망해 공항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망자는 7월 한달새 420명 급증했다. 이는 역대 에볼라 발병사례 가운데 두번째로 많았던 지난 1976년 수단사태의 총 사망자수 431명과 맞먹는 규모다. 이런 와중에 중동지역 최대 항공사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항공이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해 우려를 키웠다.

▶7월 한달새 사망자 420명 급증=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는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사망자수는 지난 6월 18일(발표날 기준) 337명→467명(7월1일)→518명(8일)→729명(31일)→887명(8월4일)으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전염자 수도 지난 6월 18일 528명→759명(7월1일)→844명(8일)→1323명(31일)→1603명(8월4일)으로 1500명을 돌파했다.

7월 한달새만 추가로 420명이 숨지고 479명이 감염된 것이다. 이는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지난 6월 23일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가 통제 불능수준”이라고 밝힌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에볼라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이유로는 근본적으로 치료약인 백신이 없는데다 감염자 시신이 방치되는 등 발병국 정부의 통제 수준을 넘어선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교외의 클라라 타운에서는 구토와 출혈 등 에볼라 감염 증세를 보이며 사망한 남성 2명의 시신이 나흘간 거리에 내버려졌다. 또 몬로비아 외곽의 빈곤 지역인 존슨빌에는 에볼라 사망자 시신 30구를 매장할 예정이었으나 땅 주인이 시신 매장용 토지 매각을 거부해 무산되기도 했다.

▶阿최대 인구대국 나이지리아 ‘분수령’=나이지리아에서는 두번째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1억7715만명)이다. 에볼라 창궐지역인 서아프리카 3개국(기니ㆍ라이베리아ㆍ시에라리온)에서 동쪽으로 15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서 두번째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해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에볼라가 나이지리아까지 집어삼킬 경우, ‘검은 대륙’이 ‘죽음의 대륙’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니예부치 추쿠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4일 “치료 의사 한명이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사는 지난달 25일 에볼라 감염으로 사망한 라이베이라 재무부 관리 패트릭 소여(40)의 치료를 돕던 의료진이었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이 의사와 함께 치료를 도왔던 나머지 3명도 샘플 채취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美 감염 의심자 이어져=미국에서는 라이베리아 구호활동 중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가 본국 후송 후 호전을 보이고 있지만 서아프리카를 방문한 미국인에게서 에볼라 의심 증세가 나타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워싱턴DC에서 4일 개막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미국내 여론을 싸늘하게 했다. 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에서는 50여개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이 실무진과 함께 참석한다.

미 보건 당국은 에볼라 공포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톰 프리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3일 미 ABC방송에 출연해 “에볼라에 대한 공포를 이해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가 에볼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틀리 박사가 호전되고 있다고 전하고 50명의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인 남성 한 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보여 뉴욕 병원에 격리됐지만 미 보건 당국은 에볼라 감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볼라 최악고비 지났다?=이런 가운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런던 대학 위생ㆍ열대의학대학원(School of Hygine and Tropical Medicine) 국제보건학교수 크리스 위티 박사는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출현의 발원지인 기니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환자 발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환자 관리와 통제만 잘 이루어진다면 에볼라의 확산은 곧 정점에 이른 다음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서도 감염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곧 고비에 이른 다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치사율이 최대 90%로, 감염되면 고열을 동반한 구토와 설사, 출혈 등의 증세를 보이다 통상 발병 10일 전후 사망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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