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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아프리카 주민 “죽더라도 과일박쥐 고기 못끊어”
현지의료진 ‘풍습과의 전쟁’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확산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 의료진들은 과일박쥐, 원숭이 등을 잡아먹는 현지 주민들의 풍습에 애를 먹고 있다.

과일박쥐 등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알려져 있어 직접 섭취할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 그러나 이미 사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 적당한 단백질 섭취 대안이 없는 주민들은 야생동물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4일(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 등에서는 감염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남부 기니의 게케두 같은 주요 마을의 시장에서도 야생동물이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과일박쥐, 설치류, 영양 등을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케두 농고하 마을 주민 사아 펠라 레노는 가디언에 “이곳 마을의 삶은 쉽지 않다”며 “그들(정부당국과 구호단체)이 세대를 걸쳐 내려온 전통을 금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생 고기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가축 사육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며 “야생동물 섭취 금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시골 지역사회의 에볼라에 대한 부족한 지식과 미신, 국경을 넘는 행위, 부족한 공공보건인프라, 역학적 요인 등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일박쥐 [사진=위키피디아]

후안 루브로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수석수의관(CVO)은 “야생동물이 양질의 영양소를 갖고 있어 중요하다는 것과 작물음식으로는 이를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야생동물을 먹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가축 등 더 안전한 생계수단을 가지게 함으로써 야생동물을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했다. 양, 염소, 돼지 등 가축 생산이란 개발 어젠다를 제시함으로써 지금의 식습관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큰 노력은 위생상태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의학적, 수의학적 접근보단 사회학적, 인구학적 접근과 마을 공동체와의 신뢰, 의사소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은 구호단체들의 공교육 캠페인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다. 심지어 한 주민은 “죽어야 한다면 죽겠지만, 전통을 버리는 것은 논외의 문제”라며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서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주로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진 과일박쥐는 꽃의 꿀이나 꽃가루, 과일을 먹이로 해 과일박쥐란 이름이 붙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기는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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