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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볼라 감염자 잇단 송환 치료…자신만만 美 병원시설 어떻길래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 박사에 이어 미국인 의료 선교사 낸시 라이트볼도 본국에서 송환돼 치료를 받는다. 외국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이 미국으로 송환돼 치료받기는 이들이 처음이다.

라이트볼은 오는 5일(현지시간) 오전1시께 라이베리아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특수 의료 장비를 갖춘 항공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라고 라이베리아 정보장관 루이스 브라운이 3일 AP통신에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라이트볼 보다 앞서 지난 2일 고국에 돌아온 브랜틀리 박사의 증세가 “차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본토에 에볼라를 옮겨오는 것 아니냐는 일반의 우려와 공포를 무릎쓰고 미국인 감염자를 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질병 통제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을 진압해본 경험, 첨단 의료 시설을 갖춘 격리병동 등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틀리 박사와 라이트볼 선교사는 모두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는다. 이 병원 종합의료연구센터 1층에는 특정 전염병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갖춘 침대 3개를 둔 격리병실이 있다. 이같은 고위험성 전염병 환자를 유별나게 높은 수준으로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은 미국에서도 전국적으로 4곳 밖에 없다. 에모리 대학병원은 2002년에 이 시설을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감염되는 CDC 직원들 치료를 위해 지었다. 이후 2003년 사스(SARS) 확산, 2007년 약물성 내성 폐결핵 확산 등의 사례에서 이번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환자들을 격리 치료했다.

토마스 프라이든 CDC 박사는 에볼라 감염 환자를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를 따져묻는 전화 100통과 이메일을 받았다며 “일반 대중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노출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바이러스 통제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 또 다른 출혈성 질병인 라사열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8명이 본국 송환돼 치료받았지만 2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었다고 미국 NBC방송은 소개했다.

환자를 일단 첨단 시설에 격리하면 바이러스는 통제 가능한 것으로 CDC는 판단한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특성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스나 홍역 같은 다른 전염성 질병과 달리 공기를 통해 쉽게 전파되지 않고, 감염 환자에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경우 감염되는 특성이 있다. 감염자의 혈액, 소변, 타액 등 체액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큰데, 아프리카에는 전염병 통제센터가 없는 데다 에볼라 감염 사망자를 땅에 묻는 매장 관습 때문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게다가 이미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해본 경험이 있다. 2004년에 워싱턴D.C. 근교 메일랜드 프레드릭에 위치한 메일랜드 포트디트릭(미군 의학연구사령부)에서 에볼라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생쥐 실험 도중 감염된 환자가 특수격리병동에서 검역을 받았다. ‘감방(slammer)’으로도 불린 이 격리병동은 현재는 훈련시설로 바뀌어 있다.

브랜틀리 박사는 14세 에볼라 감염 생존자로부터 얻은 혈청을 수혈받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이든 박사는 “의료진은 그를 지속적으로 살펴보지만,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려는 면역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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