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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된 말레이항공기 왜 못찾나?
남중국해 상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편명 MH370) 수색 작업이 시작된 지 3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되는 첨단 기술 때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까지 도청되는 ‘빅브라더’ 시대를 맞았지만, 실종된 항공기의 소재를 확인할 단서는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있다.

▶Wi-Fiㆍ위성사진 무용지물=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도로에서 경찰에 신고하면 위성항법장치(GPS)가 그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고, 와이파이(Wi-Fi)를 쓰면 구글에 로그인한 곳이 페루 리마인지 영국 런던인지도 식별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첨단 기술이 현재 수색 작업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우선 실종 항공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은 전파 탐지소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바다 한가운데 전파 탐지소를 세우기가 불가능하다. 조종사들이 주기적으로 무전을 보내지 않으면 관제소는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그나마 사고 항공기가 통신 두절 직전 베트남 영공 근처에서 확인된 것은 베트남에 세워진 지상 전파 탐지소 덕분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사고 항공기 탑승객의 휴대전화 GPS를 추적하기도 어렵다. 위성으로 위치를 포착하기 위해선 먼저 기체 안에 휴대전화 특별 기지국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비행기 안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말레이 정부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더구나 말레이 항공은 기내 Wi-Fi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해당 여객기에 항공기용 구명 무선기 등 자동안전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것도 수색 작업을 어렵게 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맞춰 기내에 위급시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구명 무선기를 설치하게 돼있다.

아울러 미국의 위성 기술도 무용지물이 됐다. 미국 정부는 공중 폭파 증거를 찾기 위해 국방부 스파이 위성이 찍은 실종 의심지역 사진을 분석했지만 사고 정황을 알아낼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기 “자동메시지 없었다”=설상가상으로 해당 여객기에 설치된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이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ACARS란 비행 중 항공기 고장 등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상 관제 당국에 문제를 알리는 짧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낼 수 있는 쌍방향 통신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2009년 대서양에서 실종됐다가 추락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에어프랑스 AF447편 항공기(에어버스 A330-200)도 사고 직전 비행속도 이상을 알리는 자동 메시지를 전송, 추락 원인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이번에 실종된 기종인 보잉 777-200ER기는 ACARS 자동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말레이 항공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 당시 여객기 ACARS로부터 어떤 신호도 없었다”고 전하면서 말레이 항공이 “지상 항공사에 실시간으로 기내 정보를 알려주는 보잉의 ‘기체 상태 관리’(AHM) 시스템도 장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수색위치 혼선=실제 현장에서 작업 중인 수색팀도 사고기의 흔적을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국, 중국 등 10개국은 베트남 남부 해역과 태국만 일대에 항공기 34대, 선박 40척 등을 투입하고 첨단 장비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작업이 진척을 보질 못하자 10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색 범위를 실종 지역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수마트라섬 북부 해역까지 확장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NYT)는 “과연 수색 위치가 맞는 것인지 물음표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2009년 대서양 상공에서 실종된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수심 4㎞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태국만(최고수심 79.25m)이 맞다면 진작 동체를 발견했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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