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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신율> 김용민과 진보…민주당의 고민
막말의 극치, 김용민 후보
진보 가치마저 땅바닥에
민주 모처럼 반전 기회
잘못된 카드로 놓쳐서야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 김용민 씨의 과거 발언이 인터넷은 물론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용민 씨의 과거 발언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들을 수 있다. 들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라이스에게 한 언급은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가뜩이나 ‘자극(刺戟)의 실무율(悉無律)’이 높아져 웬만한 자극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져 버린 것이 우리 사회인데, 이런 분위기에서도 가히 자극의 최고봉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에 더 심히 우려되는 것은 이정희 민주통합당 대표의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이 대표는 트위터에 “진보 인사도 여성 인권 인식이 낮을 수 있지만, 문제를 바로 보고 스스로를 바꾼다면, 점잖은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고 봅니다.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김용민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진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도덕성과 인권이다. 그런데 김용민의 발언을 놓고 ‘앞으로 바꾼다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그리고 현재 총선 후보 중에 문제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과거 새누리당 후보 중 한 명은 강연 중에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천이 취소된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정희 대표는 이 사람도 두둔했어야 옳다. 진보라는 이유로 과거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진보 자체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이래갖고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 지지층의 저변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민주통합당은 이 시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모처럼 구도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져 MB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모처럼 먹혀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자칫 김용민 후보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다가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민주당이 김용민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다른 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할 입장이 못 될 뿐 아니라 부동층의 지지를 획득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용민 후보의 거취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어쩌면 김용민 후보의 문제는 공천과정에서 이미 잉태됐다고 할 수 있다. 즉, 김용민 후보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 후에 공천된 것이 아니라 정봉주 전 의원의 의향에 따라 일종의 ‘신종 지역구 세습’으로 공천된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입장에선 제대로 검증 한번 해보지 않고 공천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공천은 이미 예측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여태껏 민주당은 문제가 터졌을 때 수습에 지극히 미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새누리당은 위기의식 때문인지 몰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했다. 이제 총선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의 수습책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선거는 적극적 지지층에 의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동층의 향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상식을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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