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 중반으로 접어든 청와대가 임기 후반의 불청객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연초 정치권 일각에서 레임덕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을 때만 해도 이 대통령은 “레임덕은 없다”고 자신했지만, 최근 당ㆍ정ㆍ청이 굴러가는 모양새만 놓고 보면 레임덕은 이미 청와대 문턱을 넘어선 형국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와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 철학)의 근간을 흔드는 감세 철회 요구 등 청와대는 최근 당과 정부로부터 가벼운 ‘잽’을 수차례 허용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학등록금 인하 대책을 청와대와의 교감도 없이 한나라당이 23일 불쑥 발표한 것은 레임덕의 현 주소를 여과없이 드러낸 ‘결정적 한방’이었다.

25일 청와대는 “여당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대통령과 야당대표와의 민생회담을 앞둔 시점에 여당 대표가 결과적으로 ‘회담 김 빼기’를 자초한 데 대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참모는 “황우여 대표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이게 레임덕인가” 라며 반문했다.

실제로 당ㆍ정ㆍ청은 이달 들어 대학 등록금 문제를 놓고서만 최소 세 차례(8일, 13일, 23일) 회동을 가졌으나, 당은 여론 수렴에, 정부는 재정 문제에, 청와대는 대학 구조조정에 방점을 두며 ‘한지붕 세가족’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임채민 국무총리 실장은 지난 23일 회동에 대해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발표한 대책의 배경과 방향에는 공감하고 다만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서 당과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는 알맹이 없는 결과를 발표했다.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청와대의 목소리가 당과 정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당ㆍ정ㆍ청이 모이면 의견을 취합, 합의점을 찾는 게 일반적이지만, 등록금을 둘러싸고는 이견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면서 “총선과 대선이 급한 여당이 청와대보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 대표 후보들이 일제히 ‘MB노믹스’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가속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들이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미래 권력이 이렇게 나오면 현재 권력의 레임덕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인지 최근 들어 장ㆍ차관과 수석들을 독려, 채근하는 이 대통령의 목소리가 부쩍 잦아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몸을 던져 일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자주 하신다” 고 전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도 전날 확대 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각의 레임덕 우려에 대해 “청와대는 정책의 최종 책임, 무한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모든 일에 당당하게 임하자”고 강조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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