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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 가교' 주특기 발휘...임태희가 돌아왔다
“합의 못하면 여기서 못 나갑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긴급 회의가 열린 20일 오전 청와대 서별관.

중재자로 나선 임태희(55) 대통령 실장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문 앞에 버티고 선 채로 이렇게 말했다.

끝장 결론을 촉구하는 부드러운 몸 시위는 이내 회의 분위기를 장악했고, 100분 토론 끝에 검찰은 지휘권을, 경찰은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데 합의했다. 과거 정권에서 번번히 무산됐고 총리실도 두 손을 들었던 해묵은 과제가 임 실장의 적극적인 조율하에 첫 단추를 꽨 것이다.

지난 1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낙마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학연과 공천 책임론 공방 속에 사의표명까지 했던 임 실장이 자신의 주특기인 소통 가교 역할로 돌아왔다.

한동안 당 안팎의 비판으로 입지가 흔들렸던 임 실장의 ‘복권’은 4.27 한달 뒤인 5월 27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뤄졌다.

당시 임 실장은 이례적으로 비서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우리는 동업자가 아니라 동지가 되자” 며 청와대 직원들의 결기를 주문했다. 임 실장은 이날 ‘반구저신(反求諸身. 허물이 있으면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으라)’을 참모들의 지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임 실장의 거취가 더욱 분명해 진 건 지난 9일 청와대 인사개편 때였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현재 (청와대에) 남아 있는 사람 중에 내년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비서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불출마에 있어서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장조(殉葬組)’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가적으로 현안이 되는 것은 소극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청와대가 (조정에) 나서야 할 때는 몸을 던져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에 대한 강한 신뢰와 권한 부여를 직감케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27 이후 한동안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다소 무기력했던 것도 사실” 이라며 “최근 인사개편으로 순장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이후 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의 보폭이 다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아직 19개월이나 남았다. 마지막 대통령 실장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두 번의 고비를 넘긴 그가 예상보다 롱런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동시에 정권 말 관리형 총리, 총선 출마 후 분당 탈환, 경기도 지사 출마 등 임 실장의 거취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들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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