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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색빛 철공단지, 예술과 자연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3가. 대형 쇼핑몰과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사이에 회색빛 철공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 기계철강 산업의 중심부였던 이곳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다. 주변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마치 낡고 후미진 회색빛 섬처럼 되어버린 곳. 아직도 기계 굉음이 시끄럽게 울려퍼질 듯한 이 곳이 최근 ‘색(色)’을 입기 시작했다. 음악과 그림, 그리고 자연의 ‘색(色)’을.

▷가난한 아티스트들, 철공단지 새 주민이 되다= 7-8년 전부터 문래3가 철공단지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이다. 드문 드문 남아있던 철공소가 전부였던 동네에 새로운 입주민이 등장한 것. 요란한 기계소리와 용접 불빛만이 번쩍이던 철공단지 골목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2011년 현재 문래3가에는 100여개의 아티스트 그룹들이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다.

▷철공단지 예술가들, 텃밭 가꾸기에 나서다=지난 5일 문래3가 철공단지가 여느 때와 달리 북적였다. 이포갤러리, 일양빌딩 등 철공단지 내에 있는 세개 건물 옥상에서 텃밭 가꾸기가 한창이었다. 마을 예술가들은 도시농업전문가, 환경단체와 함께 지난 3월 초 문래도시텃밭기획단을 구성해 철공단지 내 자연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시작이 쉽지 않았다. 
   

텃밭은 뜻하지 않은 계기로 이뤄지게 됐다. 여성환경연대, 패션잡지 마리끌레르 등이 active naturals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문래동 아티스트들의 텃밭 가꾸기 꿈을 지원하고 나선 것. 그 결과 맞춤형 상자 텃밭이 만들어지게 됐다.

세개의 옥상에서 치워낸 쓰레기만 1톤 트럭 8개 분량이었다. 오랫동안 묵혀있던 철근자재 등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 자연이 드러설 공간이 생겼다. 도움의 손길은 계속 이어졌다. 유기농업연구기업 ‘흙살림’ 등에서 유기질흙을, 도시녹화전문기업 ‘지피가든’은 기능성텃밭상자를 지원했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의 도래지를 의미하는 ‘문래동’의 어원에 걸맞게 목화 모종도 지역갤러리 ‘솜씨’에서 길러질 예정이다. 
  

김정한 예술과마을네트워크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한 5일 시농제에서는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모종과 씨앗을 심는 법을 배우기도 했으며, 막걸리와 부침개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도 펼쳐졌다. 앞으로는 2주에 한번씩 토요일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도 진행된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철공소 노동자와 동네 식당 아주머니, 택배아저씨의 휴식 공간이자 젊은 이웃들이 서로 소통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키워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문래도시텃밭은 철공단지를 낯설게만 바라보던 지역 주민들에게 이 지역을 새롭게 인식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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