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은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출격했다 추락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와 관련 조종사와 정비사의 실수 때문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사 결과를 30일 밝혔다. 자료사진. [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응해 출격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추락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는 조종사와 정비사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30일 사고조사 결과 발표에서 “엔진 연료조절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절차 미준수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 조종사의 상황판단 및 처치 조작 미흡이라는 복합적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추락한 KA-1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1시 38분 원주기지를 이륙했다.

조종사는 이륙 직후인 11시 39분 22초 엔진 출력 이상을 감지하고 비상착륙을 위해 기지로 회항했다.

그러나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렸고, 11시 39분 39초 고도 410피트(약 125ｍ), 강하각 27도 상태에서 비상탈출을 실시했다.

사고기는 조종사가 비상탈출한 후 1초 뒤 추락해 지면과 충돌했다.

조사 결과 먼저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조절장치에서 이상이 확인됐다.

지난 2021년 5월 창정비 당시 담당 정비사가 연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을 제대로 장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비행 중 항공기의 출력을 보여주는 토크 계기판에서 엔진 출력 과다로 표시됐고, 조종사가 출력을 떨어뜨리려 조작했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다만 당시 엔진은 비정상적으로나마 작동중이었는데 조종사가 엔진 정지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또 다급한 마음에 미리 정해진 비상착륙 궤적보다 급격하게 선회하는 바람에 항공기가 속도를 잃게 됐다.

강하각 역시 정상인 5도보다 훨씬 기운 27도까지 형성돼버리면서 항공기가 과하게 기울었고, 125ｍ 저고도에서 회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긴급 착륙을 시도하면서 엔진 추력이 하나도 없어진 상태라는 악조건을 만든 것”이라며 “악조건 속에서 누구도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공군은 엔진이 비정상 작동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조종사가 제대로 조치했다면 비상착륙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군은 조종사, 정비사와 일부 지휘 책임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 조종사를 대상으로 사고조사 결과를 교육하고 엔진 이상시 비상 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강조하기로 했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KA-1과 KT-1 기본훈련기의 연료조절장치도 특별점검하고, 점검이 완료된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