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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시절 두암동 거주한 윤석열 “매년 오월, 광주 찾겠다”
[르포] 42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장 직접 가보니
과도한 통제 넘치는 경호인력 “충성경쟁이냐” 지적도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재임기간 남은 숙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화해와 치유의 오월정신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재임기간 매년 광주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18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 각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수석, 여당 국회의원 100여명도 윤 대통령을 따라 광주행에 동참했다. 광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이들은 KTX 열차에서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오월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연, 소회를 나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재임기간 5·18기념식에 매년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며 각별한 마음을 보였다. ‘보수정당 무덤’ 광주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서진정책이다.

518묘역에 잠든 넋

▶ 장관, 국회의원 100명 “다함께 가자”= ‘1980년 5월 VS 2022년 5월’ 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았다. 불혹을 지난 5·18은 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 민주화 성지다. 반목과 갈등의 상징에서 이제는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42주년 기념식에 대한민국 주요인사들을 총동원한 배경이기도 하다.

기념식장인 광주시 북구 망월동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 용서와 화해로 아픔을 치유= “오월을 드립니다”

이번 기념식은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들에게는 진실 규명을 통해 용서와 화해로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들에게는 광주에서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을 소중하게 가꿔 희망 가득한 오월을 만들자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기념식은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모 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오전 10시부터 46분간 진행됐다.

기념식장 주변에서는 크고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놓고 진보유튜버와 보수유튜버간 말다툼이 일었다. 서인주 기자

▶ “왜 막냐, 이럴거면 집에서 TV로 보지”= 기념식장 주변 도로는 전면통제됐다. 시민들과 관람객들은 효령노인복지센터 등 2곳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했다. 초청인사들은 오전 9시부터 행사장을 채워갔다. 반면 입장권을 받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땡볕속 야외에 마련된 중계방송을 시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5·18 당시 최루탄 피해를 입었다는 시민 최광삼씨(72)는 “오월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기념식장에 광주시민들이 입장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며 “모니터로 기념식을 보라고 하는데 그럴거면 집에서 TV를 보면 되지 굳이 여기까지 왜 왔겠냐”고 성토했다.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경찰 및 경호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서인주 기자

▶ ‘황금배지’ 철통방어 도마위=경찰과 경호인력의 철통방어도 도마위에 올랐다. 행사장 주변에는 일반 시민들보다 경호인력이 두배 이상 많아 보였다. 이날 현장에는 청와대 경호처, 국회경호팀, 광주경찰청, 광주북부서 등 수백여명의 경력이 구석구석 배치됐다. 특히 VIP출입 등 동선확보를 강화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민간인 출입구역이 통제되면서 통행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행사장 주변은 일반 시민보다 경호인력이 두배 가까이 많아 보인다. 특히 이들이 가슴에 단 황금색 휘장은 단결된 공권력 못지않게 위압감을 주기도 했다.

시민 A씨는 “경찰과 경호인력들이 저마다 황금색 배지를 차고 행사장 주변을 통제했다. 민주, 평화를 상징하는게 5·18인데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며 “경찰도 너무 많이 왔다. 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충성경쟁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80년 오월. 시민과 시민군이 민주화운동 당시 나눠 먹던 주먹밥을 재연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인주 기자

▶ 주먹밥 나누고 한쪽에선 싸우고=보수·진보 유튜버간 소란도 발생했다. 서울의 한 진보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시민출입을 막는 경찰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보수 유튜버가 가담하면서 말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오월 주먹밥 나눔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5·18 당시 시민군이 먹던 주먹밥과 광주김치, 홍어 등을 곁들인 간단한 점심이 제공됐다.

이날 5·18 유공자의 자녀인 대학생 2명이 민주화운동의 진실과 역사적 의미, 다짐을 담은 경과보고를 했다. 추모 공연은 ‘오월의 진실’이라는 주제를 담은 영상으로 시작해 기념식장 공연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본떠 ‘오월의 택시, 진실을 향해 달린다’를 주제로 했다.

▶ 백미는 윤 대통령 기념사=백미는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많은 시민들이 눈과 귀를 기울였다.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포함할지가 이번 기념식의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대통령 입에서 ‘헌법전문 명시’가 나오지 않자 일부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정의,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 이라며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재임기간 남은 숙제는 무엇=윤 대통령은 검사시절, 광주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2년간 생활했다. 이 시기에 지역 곳곳을 돌며 남도의 맛과 정, 그리고 멋에 매료됐다고 한다.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광주시장에 출마한 주기환 후보와도 광주지검 시절 맺은 인연이다.

매년 오월 광주를 찾겠다는 그의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남은 재임기간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80년 5월. 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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