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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공매도 법 위반 과태료, 75억, 8억 차이 왜?
‘무차입’ 골드만삭스는 무관용
‘표시누락’ 한국증권에는 감경
감시·처벌 강화만으론 부족해
처분기준·배경 적극 설명 필요

2018년 11월28일 증권선물위원회에 골드만삭스증권의 법규위반 제재 안건이 상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상정한 과태료는 공매도 제한 위반 10억원, 공매도 순보유잔고 보고의무 위반 1680만원이다.

이날 의사록을 보면 골드만삭스 측은 “직원의 착오와 실수가 원인이며 고의가 아니어서 10억원을 초과한 과태료가 부과된다면 과한 조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2개 이상의 동일한 종류의 위반행위에 법률상 최고한도액 10배가 초과되는 과태료과 부과된다면 행정청의 선례나 형평성 예측 가능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여러 종목의 공매도 규제 위반에 따로따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말라는 논리다. 하지만 당시 증선위원들의 태도는 엄격했다. 진술인 주장과 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위원장은 이런 발언까지 한다.

“너무 오랜 기간 위반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한번 프로그램을 그렇게 잘못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겠냐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부통제 문제인데 국내 증권사였다면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보나마나 우리가 내부통제 위반과 기관경고하고 시정조치 했을 것이다”

국내 증권사가 비슷한 사안의 제재 대상이 됐다면 과태료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이날 위원 만장일치로 수정의결된 증선위의 결론은 이렇다.

“다수의 종목에서 결제불이행이 발생하며 자본시장 질서가 교란되고 투자자 신뢰가 크게 저하된 점, 무차입 공매도 금지라는 자본시장 법규를 중대하게 위반한 점을 감안하고자 함. 아울러 공매도 위반 사건도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한다는 금융당국의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함. 동 건의 무차입 공매도 금지 위반행위에 총예정 금액인 74억8800만원의 과태료를 전액 부과함”

2022년 2월9일 열린 증선위 안건에 한국투자증권 등의 법규위반 제재 안건이 상정된다. 공매도 제한위반 과태료 10억원이다. 의사록을 보면 진술인과 위원간 토론은 없었다. 2018년 골드만삭스 측 진술인 긴 해명(의사록 기준 7~8페이지)을 하고, 위원들이 엄격하게 위반사항을 따진 것과 다르다.

이날 증선위에서 한국증권은 감경을 받아 과태료 8억원을 부과받았다. 신한금융투자 7200만원, CLSA 6억원, 메리츠증권 1억9500만원, KB증권 1200만원 등의 과태료가 결정됐다.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제한 위반은 2018년 5월30일과 31일 양일간 156종목 899만주가 대상이다. 순보유잔고 위반은 2016년 6월30일부터 2018년 6월29일까지 265일에 걸쳐 210종목에서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 3개월 동안 삼성전자 등 938 종목에서 1억4089만주의 공매도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관련인데다 결제불이행까지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차입공매도 주문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면서 공매도임을 표시하지 않은 잘못이다. 골드만삭스 보다 위반의 심각성은 적어 보이지만 위반기간이 더 길고 관련 종목과 주식수도 훨씬 많다. 최근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 사례 간 처분의 형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치 결과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공매도 법령 위반은 자본시장법 180조를 지키지 않은 행위다. 벌칙인 443조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증권사들이 올 2월 받은 과태료 처분과 차이가 크다. 2021년 1월부터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 증권사의 위법이 이뤄진 기간에는 자본시장법 180조 위반 벌칙은 449조에 따라 1억원 이하의 과태료였다. 1억원의 과태료도 증선위는 최대 10배까지 높일 수 있고, 이를 건별로 따로 적용하면 훨씬 더 큰 금액도 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긴급대책을 내놨다. 검찰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섰다.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 불법을 막는 데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운용과 엄정한 처벌이다. 제때 단속하지 못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그때그때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면 법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다. 정부와 당국이 국민과 시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설명하려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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