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의 화식열전] 미국 사람 존 리, 탈탈 털린 국민, 대책 없는 정부
최근 3년 증시 수급구도 바뀌어
투자열풍에 위험조짐 감지못해
기관·외인 팔 때 개인만 사들여
금융위 엉뚱한 개인에 자제 당부
공매도 부담에 바닥 예측 어려워
부추김·꼬임에 흔들리지 말아야

이성복 메리츠운용 대표가 사임했다. ‘존 리’라는 미국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그에게 ‘동학개미 대장’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이도 있다. 그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이다. 사임 이유는 가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메리츠운용의 펀드를 투자한 데에 따른 논란 때문으로 추정된다.

존 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꽤 엇갈린다. 그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초 그가 국민에게 한창 주식투자를 독려하고 다닐 때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증권가 ‘구루(Guru)’에 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한국 리서치 헤드를 지내고 대형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재임 중 연임을 마다하고 자발적 은퇴를 택한 그는 이제는 고객 자산이 아닌 본인의 자산만 운용하고 있었다.

“정말 어려운 시장이야. 마냥 (주식을) 사라고 할 수 없어. 나도 주식 비중을 줄이려고 해.”

이른바 ‘동학개미’ 활동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이달 24일까지 개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는 133조원이 넘는다. 외국인은 66조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6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개인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틈을 타서 그보다 싼값에 주식을 샀던 ‘선수’들은 엄청난 차익을 챙긴 셈이다.

우리 증시의 수급 역학구도도 완전히 바뀌었다. 코스피 투자자별 수급을 보면 2019년까지는 외국인과 기관이 대칭적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이 팔면 기관이 사고, 기관이 팔면 외국인이 사는 모습이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시장은 개인이 기관·외국인과 대결하는 형국으로 바뀐다.

기관과 외국인은 전문가집단이다. 10~15배에서 움직이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2020년 이후 30배까지 급등하자 지속적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지금 와서 보면 성공적인 판단이었다. 개인은 기대만 앞서 PER 하락이나 장·단기 금리 축소 등 과열지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증시 급락에도 공매도 제한 등 금융 당국의 조치가 전혀 없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오래전부터 우리 공매도제도가 개인에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나 국회는 전혀 개선을 하지 않았다. 여론이 들끓자 금융 당국이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했는데 내놓은 메시지가 좀 애매하다.

“우리 증시의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고 이것이 증시 변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증시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과 이에 따른 급격한 쏠림 매매는 경계하고, 보다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6월 24일 증권 유관기관 합동 ‘증시점검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모두발언 중)

주식을 파는 쪽은 전문가들인 기관인데 마치 개인의 투자심리 탓이 큰 것 같다는 얘기로 들린다. 불안을 확산시키고 급격한 쏠림 매매를 하며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보지 못하는 쪽은 과연 개인일까, 기관일까? 김 부위원장은 주식을 팔지 말고 버텨보라는 조언(?)까지 했다.

“통화 긴축과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으로 우리 증시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우리 증시가 다시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코스피 PER는 10배 안팎,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가량이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저점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PER는 7.4배, PBR는 0.78배까지 떨어졌다. 현재 수준은 2018년 말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 가능성에 따른 불황 우려가 한창일 때와 비슷하다.

헤지펀드 등 주요 공매도세력이 증시 추가 하락을 더 부추겨 위험관리에 나설 수도 있다. 정말 어려운 시장이다. 증시가 오를 때 방송과 유튜브에서 주식투자를 독려하던 전문가들도 조용하다. 정부도 대책이 없다. 검사 출신이 수장을 맡은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를 단속하겠다는 게 대책의 전부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다. 불황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국제 정세와 경제를 모두 잘 읽어야 한다. 누군가의 부추김에 섣불리 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 섣불리 팔 때도 아니지만 애매한 감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때도 아니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