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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임대차3법 등 민생사건 쌓이는데…침묵 이어가는 헌재
코로나 이후 헌법소원 역대 최다
방역패스·손실보상 처리 등 지연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방역이나 부동산 정책 등 민생 사건에 대해 유의미한 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판관 구성이 다양화됐지만 오히려 이전 5기 재판부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사건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2626건을 기록한 사건 수는 이듬해 2427건, 2019년 2730건을 기록했다가 코로나 방역이 시작된 2020년 3241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2827건으로 2번째로 많았다. 올해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971건이 접수된 상태다.

연간 10건 미만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민이 직접 위헌을 다투는 헌법소원 사건이 대부분이다.

헌법소원 사건 증가를 불러온 정부의 방역패스 위헌 여부는 각하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다. 헌재가 결론을 미루는 사이 이미 방역패스 조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관해서는 헌재가 아니라 법원이 행정사건을 통해 집행정지 결정을 수차례 내렸다. 방역패스가 중단됐지만,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은 관련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 본안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손실을 보상받지 못했다며 낸 사건도 1년 넘게 헌재에 계류 중이다. 이른바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헌법소원 사건도 민생 현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4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보장하고,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전세 제도를 없애는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 사안은 2020년 9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심리 중이다.

이밖에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는 민법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이나,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유포했을 때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 자율형 사립고 폐지가 위헌인지를 다투는 사건도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합헌 결정이 수차례 내려졌던 사형제 존치 여부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사건도 주목을 받는다.

6기 재판부가 이전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인사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5기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오히려 사회 가치관을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론에 민감한 의회에서 입법을 하기 어려운 성매매 처벌법이나 간통죄 처벌조항 등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렸다. 특히 5기 재판부는 통합 진보당 정당해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으로 헌법소원 사건에 여력을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 정책적 판단을 제시하거나,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 헌재 구성에 변동이 생기는 시점은 내년 초다. 가장 선임인 이선애 재판관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4월에는 이석태 재판관이 정년 70세를 넘기기 때문에 퇴임해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중 3명은 여성이다. 헌재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선애 재판관과 이석태 재판관은 변호사 출신이고, 김기영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맡지 않고도 헌법재판관에 지명되는 파격 인선을 거쳤다.

통상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 경험이 있거나, 공법 분야에 조예가 깊은 법원장급 인사가 지명됐던 점을 감안하면 구성이 다양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영길 기자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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