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를 맞은 투자자들이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를 고소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19일 서울남부지검에 권 CEO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소셜커머스 티몬 설립자 신현성 씨, 테라폼랩스 법인을 사기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소·고발에는 피해자 5명이 참여했다. 전체 피해 액수는 14억원 가량이다. 특히 이 가운데 1명의 피해액이 5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LKB 측은 "권 CEO 등이 루나와 UST를 설계·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일과 달리 루나 발행량을 무제한 확대한 행위가 기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규 투자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을 만들어 지속 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일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LKB는 자본시장법·지적재산권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법적 대응에 동참할 투자자도 모집 중이다.

김종복 LKB 대표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기 전후로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계속 지연되다가는 수사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 5명만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중 후자를 택한 이유로는 "원래 어디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며 "법무부 장관 취임 후 합수단이 바로 설치가 됐다고 해 이건 좀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고 예전에도 금융 수사에 탁월함을 보여줘 잘 조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부활한 뒤 수사하는 첫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설치돼 각종 금융범죄를 전담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합수단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월에 폐지됐었다.

LKB는 "피해 회복이 신속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합수단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복잡하고 법리적 쟁점이 많고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라며 "피해자들은 2년여만에 새롭게 출범한 합수단이 절박함과 억울함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루나와 UST는 근 일주일 새 총액이 약 450억달러(57조7800만원) 가량 증발하는 등 최근 가격이 급락했다.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테라폼래브가 채택한 특이한 알고리즘이 사실상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테라폼랩스는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UST 1개 가치를 1달러에 맞추도록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자 알고리즘은 작동 불능 사태에 빠졌다.

그 결과 UST는 1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테라폼랩스가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지만 추가 가격 하락이 지속됐다.

권 대표는 투자자들 등에 테라 네트워크 부활을 제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