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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대전도 견딘 英 '최애' 피시앤칩스, 우크라戰에 휘청
英생선튀김협회 “9개월 내 英 피시앤칩스 식당 3분의 1 문 닫을 것”
흰살 생선 40% 러 의존…해바라기씨유 50% 우크라서 수입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우크라戰 탓 종말론적 식량난 봉착 가능”
영국 한 항구도시의 폐업한 피시앤칩스 가게의 모습. [Web Urbanist]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을 상징하는 서민 음식인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먹거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위기에 빠졌다.

원재료인 흰살 생선살 가격이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여파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튀김에 필요한 식용유의 수급마저 우크라이나산(産) 해바라기씨유 공급 차단 등으로 불투명해진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식량난이 장기화될 경우 피시앤칩스 업계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수장도 식품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CNN비즈니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주요 식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영국 피시앤칩스 가게들이 경영에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피시앤칩스 업계를 대표하는 영국 생선튀김협회의 앤드루 크룩 회장은 “향후 9개월 내 약 1만개에 이르는 영국 피시앤칩스 식당 중 3분의 1이 문 닫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는 내가 본 수많은 상황 중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시앤칩스는 대구나 가자미 등 흰살 생선을 이용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영국의 대표 음식이다. 지난 1860년 첫 상점이 문을 열었으며, 영국 산업화의 주역인 공장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피시앤칩스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선 생선과 감자가 정부 배급 물품에 포함되며 원활히 공급된 덕분에 서민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를 계기로 ‘국민 음식’으로까지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원재료 수급에 문제를 겪으며 국민 음식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피시앤칩스 업계가 위기에 맞닥뜨린 가장 큰 요인은 주재료의 큰 비중을 러시아·우크라이나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셰필드에 위치한 한 식당 주방에서 요리사가 피시앤칩스에 사용될 생선튀김을 만들고 있다. [The Star]

영국 피시앤칩스 업계는 요리에 사용하는 생선튀김용 대구살 등 흰살 생선의 최대 4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영국은 최근 대러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제품에 대해 35%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항목에 러시아산 흰살 생선도 포함됐다. 러시아산 관세 부과에 따른 대체품으로 떠오른 아이슬란드·노르웨이산 흰살 생산의 가격도 제재로 인한 ‘풍선효과’로 급등했다는 것이 크룩 회장의 설명이다.

튀김용 식용유 가격이 치솟는 것도 문제다. 영국 피시앤칩스 업계는 튀김용 해바라기씨유 물량의 50%가량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왔다.

크룩 회장은 “3월 초에 비해 해바라기씨유 가격이 83%나 올랐다”며 “대안인 팜유 가격 역시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 조치의 여파로 2배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영국생선튀김협회 측은 “현 추세라면 피시앤칩스 가격이 3배 가까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민 음식의 자리마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국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한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영국이 직면한 우크라이나발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흑해 등을 통해 농작물을 수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은 영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종말론적(apocalyptic) 식량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연내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10%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긴 힘들겠지만, 2%란 목표 인플레이션율 도달을 위해 금리 인상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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