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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집값, 하락기 진입 맞나[부동산360]
2008년 집값 하락기와 비교해 보니
4년 이상 상승세 이후, 주춤한 상황 비슷
전세가율, 수급상황 등은 완전히 달라
“최근 흐름 집값 하락추세로 보긴 어려워”
올 1월 23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0개월만에 서울 집값 내림세’, ‘주택가격 전망지수 1년8개월만에 최저’, ‘금리인상 전망에 주택시장 돈줄 마른다’, ‘청약광풍, 올 초엔 시들’, ‘부동산 불패 신화 끝나나’, ‘부동산 시장 전문가 과반 이상, “올해 집값 하락한다”’......

설 연휴 직전 온라인을 달구고 있는 부동산 관련 뉴스다. 최근 급락하는 주식시장 분위기처럼 금방이라도 폭락할 것 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강화된 대출 및 세금 규제, 금리인상으로 구체화하는 경기침체 우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고,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주택시장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한편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괜찮은 아파트는 신고가 거래가 여전하며 분양시장엔 인파가 몰린다며 언제든 집값은 다시 뛸 수 있다는 ‘집값 상승론’도 들리지만 목소리가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현재 주택시장을 어떻게 봐야할까. 주택시장 사이클(주기) 이론, 주택 수급 상황 등의 관점에서 집값 하락기가 시작됐던 2008년과 비교해 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시장 하락기가 시작될 때엔 직전 ‘상승기’가 있었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정도다. 여러 유형의 주택시장 사이클 이론이 있는데 세부적으론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하락기 직전에 집값이 많이 올랐던 상승기를 거쳤다는 건 공통적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

▶‘상승기’ 공통점, ‘전세가율’ 상황 달라= 집값 하락기 시작 시기였던 2008년의 경우 2005년부터 최소 4년 이상 상승기를 보낸 직후였다. 이는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 2014년 이후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급등기를 지나고 있다. 최근엔 8년이나 올랐기 때문에 이제 떨어질 때도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집값 급등기를 지나 집값이 꺾일 즈음이 되면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많이 하락한 상태가 된다. 2008년 서울 전세가율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9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38%까지 내려갔다. 직전 4년 동안 집값 상승세가 전셋값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계속 하락한 결과다. 집값 급등 시기엔 불안한 전세입자도 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 전세 수요가 감소하니 전셋값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대폭 하락하면 더 이상 전세입자가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전세보증금의 두세배 이상 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매수세가 줄어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올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6%다. 경기 인천을 합한 수도권 기준으론 61.7%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5월(서울 73%, 수도권 76.7%) 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6년 월간 평균 전세가율(47.3%) 보다 높다. 수도권에선 지역적으론 여전히 전세가율이 70% 이상인 곳도 많다. 집값의 20~30%만 있으면 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세가율로 봐선 현재 시장 상황이 매수여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집값 하락기 초입이라고 판단하기 무리라는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공급(입주) 증가 시점이란 점도 차이= 집값 하락기가 시작됐던 2008년 이후부턴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집값이 폭등하던 노무현 정부 때 분양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파주, 용인 등엔 ‘준공후 미분양’이 급증할 정도였다. 당시 언론엔 준공을 했는데 팔리지 않은 ‘불꺼진 아파트 단지’에 관한 현장 기사가 수시로 나왔다. 집중된 주택 공급은 집값 하락의 본격적인 기폭제가 됐다.

이 점은 최근 시장 상황과 많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재건축 재개발 규제, 분양가상한제 실시 등 각종 집값 규제로 인해 건설사들이 분양을 많이 하지 않았다. 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5년 전국 분양물량은 52만가구나 됐지만, 2017년 31만가구, 2018년 28만가구, 2019년 31만가구 등으로 대폭 줄었다. 2020년 34만가구, 2021년 38만가구 등으로 늘긴 했지만 사전청약 등 입주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물량을 합한 것이다. 향후 3~4년간 주택시장에 주택 부족 심화를 야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니 최근엔 집값 하락 시기 나타나는 ‘준공후 미분양’ 증가 현상이 없다. 대구 등 분양이 많았던 지역에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늘어난 곳이 있긴 하지만, 수도권에선 준공후 미분양은 물론 미분양 자체가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최근 주택 공급 상황은 집값 하락기 나타나는 현상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 두달 흐름만으로 집값 판단 위험해= 지금이 정말로 집값 하락기의 시작일까. 집값이 하락했다는 언론보도는 모두 정부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시황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0.01% 변동률을 기록해 전주(0.01%)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거다.

그런데 같은 자료를 보면 2020년 3월 마지막주부터 5월 마지막주까지 9주 연속 하락하기도 했고, 2018년 11월 둘째주부터 2019년 6월 셋째주까지 32주나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집값은 역대 가장 많이 오른 시기로 기록된다.

단기간 집값 변동률이나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하는(중개업소 방문객수 동향 등) 매수심리 지표로 집값이 하락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말이다. 한동안 해결되기 힘든 주택 수급상황, 천문학적인 규모의 토지보상금, GTX 확대 건설 등 개발 호재 등의 요인으로 여전히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떨어질 가능성 보다 크다는 게 훨씬 더 많은 전문가들의 올해 전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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