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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민 “홍란 선배처럼 오래 꾸준하고 싶어요”
청주의 미셸 위 ‘첫 우승 욕심’
KLPGA 최장신…아이언에 강점
‘지옥의 관문’ 시드전만 4번 출전
올 시즌 3번째 1부 투어 복귀
“아직 할 수 있는게 많아 행복”
27세의 KLPGA 최장신 선수인 지영민. 화려한 커리어는 아직 없지만 도전하며 이뤄가는 자신의 골프인생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긴다. [박해묵 기자]

많은 선수들 중 툭 튀어나온 듯 눈길을 끈다. 여자골프선수로는 흔치않은 180㎝라는 키 때문만은 아니다.

스무살도 되기 전에 척척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20대 초반이면 투어를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이 매해 쏟아져나오는 ‘파워하우스’ KLPGA 투어에서 그의 존재는 분명 탄탄대로를 질주하는 스타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지영민(26)이 1부투어 시드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해에도 1부에서 뛰었다. 그러나 2020 시드전 순위가 다소 낮아 후반기에 많은 대회에 나서지 못해 상금랭킹 72위에 그치며 또 다시 시드전에 나서야했다. 그리고 ‘지옥의 관문’이라는 시드전에서 28위를 기록하며 다시 1부로 돌아왔다. 순탄치 않았고, 화려하지 않은 커리어지만 반대로 쉽게 주저앉지도 않는 ‘2전3기의 주인공’ 지영민을 만나봤다. 지영민은 180㎝(본인은 179㎝이후에 키를 재지 않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로 현 KLPGA 최장신 선수다.

먼저 3번째 1부에서 뛰게 된 심정이 궁금했다. “첫번째는 얼떨떨했고, 2번째는 다시 간다는 기분이었는데 3번째는 책임감이 생기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후원사도 없어서 좀 힘들기도 했고….” 선수를 찾는 기업들은 지영민이 신장과 체격 등 하드웨어가 좋다보니 장타력을 기대하는데 의외로 비거리가 평범(지난해 231.8야드)하다보니 모자를 씌우기 꺼린 듯 하다고.

이런 이유때문인지 지영민 본인도 비거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욕심을 내는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거리가 잘 안나왔어요. 임팩트하는 감각이 부족한 것 같아서 체력훈련도 강화하고 코치도, 운동스타일도 바꿔봤는데…”라며 쑥스럽게 웃는다.

지영민은 6세때 역시 선수로 활약중인 2살 차 언니 지영진과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체격이 괜찮으니 아빠가 운동을 시키고 싶어했는데 단체운동은 꺼려서 골프를 택하셨어요.” 호주에서 6년간 골프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육민관중·고를 나와 단국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중학교때 스포츠신문이 주최한 대회에서 5위를 했다. 오지현 박결 박지영 등과 동갑이다. 또래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지영민으로서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지영민이 1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지난해 7월 삼다수오픈 5위다. “오른손목이 캐스팅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 대회 때는 그런 문제가 없었고 볼을 잘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톱10에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쳤는데 결과가 괜찮았어요.” 3라운드를 5위로 마치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4라운드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긴장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고. 하지만 정작 최종일에는 지난해 가장 핫했던 박민지 박현경과 라운드를 하면서도 주눅들지않고 2타를 줄였다. 지영민은 “강자들이 왜 강한지를 절실히 느꼈어요. 숏게임이 너무 정확하더라구요. 티샷, 어프로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상금을 1억원 가까이 획득했지만 하반기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9월 1개 대회만 나가고 순위가 속절없이 처져 결국 시드유지에 실패했다. “대회도 없으니 2부투어를 나가서 뛸까 하다가 시드전에 대비하기로 하고 지방에 가서 한달간 골프만 쳤어요.”

골프를 접을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처음 1부에 올랐던 2019년, 거의 매주 컷 탈락을 당하다보니 거대한 벽을 느꼈다. 시즌이 끝나고 훈련대신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레슨을 넉 달 가량 했다. 편히 쉬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아마추어들이 저보다 열심이더라구요. 밤 11시까지 스윙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고민했지만 결국 대회의 긴장감이 그리워서 이듬해 3월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시즌 개막이 늦춰졌고, 6월부터 시작된 드림투어에 나갈수 있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1부투어 5위 했을 때가 아니라 정회원 자격을 처음 땄던 2016년이었다. 3번 연속 떨어진 끝에 붙었기 때문에 잊지 못한다고.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8년 KLPGA KBC·해피니스CC 드림투어에서 이승연에게 져 준우승했을 때를 꼽았다.

올해 목표는 ‘첫승’이다. “1부투어 세번째 시즌이니 이제 (우승을)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요. 2월에 언니랑 지방에 가서 레슨도 받고 한달가량 시즌 준비를 할 계획이에요.”

자신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 한마디 해보라고 했다. 지영민은 “저도 좌절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27세도 어린 나이 아닌가요? 하하. 아직 할 수 있는게 많고. 지난 시간이 다 약이 됐다고 생각해요. 다른 선수도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스타선수들도 행복하겠지만, 이것도 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못치면 그만두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때 왜 못쳤나 생각합니다. 홍란 선배처럼 오랫동안 활약하고 싶어요.”

화려하지 않지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지영민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4일만에 품는 화려한 우승컵보다, 수년간 쓰러지고 일어나며 남은 생채기들이 그의 골프인생을 더 탄탄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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