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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갯마을 차차차’ 자극 없이도 성공한 비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1회 시청률 6.8%에서 시작해 마지막회인 16회 시청률이 12.7%로 최고점을 찍었다. 가장 바람직한 시청률 추이다.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돼 글로벌 공감을 얻었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남자주인공 김선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안타깝기는 하지만, ‘갯마을 차차차’는 드라마상으로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갯마을 차차차’의 서사구조는 단순하고 평범하다. 이런 단순함이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디스토피아 미래를 보여준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무려 4~6회 정도 가야하는데, 이렇게 서사구조가 복잡하면 시청자를 끌고가기가 쉽지 않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글로벌 인기 이유를 단순함에서 찾기도 했다.

서사구조는 도시여성이 어촌남을 사랑하게 되는 전형적인 로코다. 여기에 과열 경쟁과 비정한 도시문화에서 소소하면서 인간적인 시골문화로 삶의 가치를 옮기는 작가의 메시지가 중첩돼 있다. 남자주인공 홍두식(김선호)의 가슴 아픈 과거는 결국 여주인공 윤혜진(신민아)의 사랑과 공진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으로 극복된다.

그런데 이런 전형적인 로코가 기대 이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은 우리의 삶이 많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피폐해진 삶. 코로나19로 갑갑증까지 생겼다. 이젠 뭔가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마침 TV속에 공진항이라는 어촌 판타지가 나타난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밥만은 먹고 힘을 내야 한다는 감리 할머니(김영옥)는 공진의 분위기를 만든 정신적 지주다.(결국 두식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은 것도 ‘서울에 왔다. 좋아하는 반찬 싸왔다. 보고 싶다’는 감리 씨의 문자였다) 어떻게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감리 할머니의 음식이 판타지가 된 것도 도시의 삶이 온기가 없이 기능적으로만 유지,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윤혜진(신민아)의 집에 침입한 범죄자 설정은 로코의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처럼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미숙한 부분들이 간혹 나타났다. 동성인 여화정(이봉련)을 사랑하는 유초희(홍지희)의 퀴어 코드는 동성애는 차별이 아닌 차이로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옳지만, 새로운 접근이나 참신한 발상 없이 전형적인 방식으로만 에피소드를 꾸몄다.

그럼에도 ‘갯마을 차차차’는 갈수록 자극적으로 텐션을 올리려고 하는 문화콘텐츠들이 무자극, 무공해 힐링 스토리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례로 기억되어야 한다.

특히 신민아와 김선호 외에도 공진 주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큰 미덕으로 삼을만하다. 공진반점 사장인 조남숙(차청화) 등 이들 캐릭터들은 코미디를 적절히 활용해 매력을 잘 살려냈다.

공진 주민들은 단순히 혜진과 두식의 로맨스를 받쳐주기 위해 존재하는 보조적 캐릭터가 아니라, 저마다 흥미로운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각각 주체적인 서사로 적재적소에서 웃음과 공감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진 마을 사람들의 다채로운 관계성과 앙상블 케미는 드라마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공진 마을 사람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스토리는 혜진과 두식의 로맨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했다. 그것은 집어넣기의 삶에서 덜어내기의 삶으로, 디지털의 삶에서 아날로그의 삶으로, 문명 개발적인 삶에서 생태 환경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형태와 맞닿아있다.

혜진과 두식간의 멜로와 공진이라는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 중첩돼 있다는 사실의 절정은, 의사라면 누구나 탐낸다는 임상 교수직 대신 공진의 유일한 치과 의사로 남기로 결정한 혜진이 두식의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에게 행하는 최종회의 프로포즈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한 일상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길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공진에서 살면 그렇게 된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갯마을 차차차’는 지친 일상에서 의미있는 휴식같은 드라마가 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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