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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G 쏠림에 ‘원자재 대란’...에너지 인플레 ‘화석연료의 역습’ [홍길용의 화식열전]
ESG 열풍으로 기존 화석연료 홀대
에너지 수급 불균형 심화 ‘부메랑’
구산업·에너지 체계 배척 지속 땐
전지구적 기회비용 높이는 요인으로

전세계가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전세계적 인플레를 유발해 각국의 통화긴축 압력을 높일 정도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부족한데, ESG 열풍으로 기존 화석연료는 홀대를 받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때문이다. 이른바 ‘ESG의 부메랑’, ‘화석연료의 역습’이다.

ESG 열풍과 함께 화석연료는 ‘악(惡)’으로 배척당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선(善)’으로 추앙받았다. 자본투자도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됐고,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는 투자가 끊겼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충분한 화석연료의 공급 없이는 지탱이 어려운 구조다.

석유수출국기구(POEC)의 일평균 원유수요 전망을 보면 올해 9668만 배럴로 지난해 보다 6.6% 늘었다. 내년에는 1억83만 배럴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1억3만 배럴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고 디지털 경제가 심화될수록 전력 수요는 늘어난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불가능하다. ESG로 화석연료 개발과 공급이 계속 줄면 전세계의 에너지 대란 직면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면 에너지 발(發) 인플레가 완화되리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낮추려면 투자의 양과 속도가 더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에너지저장(ESS)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재원마련을 위해 에너지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이 올해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한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중국의 풍력과 수력발전은 이미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오히려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크게 늘렸다. 그런데 올해 바람이 덜 불고, 비가 적게 오면서 풍·수력 발전량이 예상을 밑돌았다. 긴급·비상용 발전은 여전히 석탄 등 화석연료가 담당하고 있다. 금주 들어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재개했고, 비용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준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유럽도 화석연료 대란이다. 겨울을 앞두고 천연가스 부족사태가 빚어지면서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요는 늘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대응이 제한되면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확대를 제안했다. 언뜻 ‘선심’인 듯 보이지만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제한한 장본인이 푸틴이다. 이번 ‘선심’에는 에너지를 지렛대 삼아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초대형 가스관 ‘노드스트롬2’를 유럽이 승인해달라는 압력이라는 풀이다. 유럽이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의존을 높일수록,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 효과는 떨어진다.

최근 OPEC은 향후 에너지시장에서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져도, 인류의 에너지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계산이다. 선진국들이 화석연료 개발을 줄이면 OPEC에는 득이 된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화석연료 생산기반이 건재해 최근의 사태는 수급 주체간 타협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ESG는 분명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이유로 기존 구산업과 에너지 체계를 배척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전지구적 기회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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