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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긴축·중국…시장 누르는 3가지 전환의 진통 [홍길용의 화식열전]
수요 견조해 펀더멘털 양호
美부채협상 타결이 전환점

中경제구조 재편 난이도‘상’
장기침체 막을 부양책 필요

금리상승·산업재편 수혜주
실적기반 고배당주 등 유망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이 동시에 진행되며 코스피 3000이 무너지자 일부에선 거품 붕괴에 따른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최근 시장 상황을 잘 뜯어보면 대전환에 따른 ‘3가지 진통’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당장 시장을 무너뜨릴 재료도 아니다. 변화의 과정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어려운 시장이다. 조금 긴 호흡으로 그동안 비싼 값에 담지 못했던 우량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가장 유효해 보인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크게 세 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화석 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통화정책의 전환, 그리고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 변화다. 변화 과정에서 진통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흐름은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불완전하다. 생산이 제한적이고 저장도 어렵다. ‘ESG 열풍’으로 글로벌 투자는 화석 연료를 기피하고 신재생에너지로만 몰리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을 자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증산에 소극적이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지만 결국 전기를 써야 한다. 앞으로 발전량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디지털경제 전환도 전력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제한되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 열풍은 니켈과 코발트 등 환경 부담을 유발하는 자원 채굴이 필요한데 ESG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풍력·수력발전을 믿고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지만 잠잠해진 바람과 줄어든 강수량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차질을 빚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중국은 5일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재개했다.

긴축 전환, 즉 통화정책은 인플레와 동전의 양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13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2016~2018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양적 완화를 줄이고 기준금리도 올렸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인플레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2018년 말부터 다시 초저금리로 돌아간다. 지금은 뚜렷한 인플레다.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에너지 수요가 높다는 것은 그래도 경기가 괜찮다는 뜻이다. 펀더멘털이 버틸 만하다면 금융시장에 치명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경기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연준은 긴축 일정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금리는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저금리 덕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주식들의 재평가(revaluation)가 진행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은 다시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금리인상 충격을 상쇄시킬 재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벼랑끝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렬시 경제충격이 워낙 클 수 있어서다. 만에 하나 결렬된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에 변화를 가져올 여지가 생긴다.

최대 난제는 안팎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다. 덩치가 워낙 커 그 자체가 글로벌 이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세계의 일꾼’에서 ‘세계의 싸움꾼’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의 석탄 쇼크도 호주와의 갈등 때문이다. 미국과의 기술·자본경쟁으로 중국은 1990년 이후 30여년간 이어온 ‘세계의 공장’ 지위를 내려놓게 될 전망이다. 이는 수출에서 내수로의 경제구조 변화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자를 늘린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는 빚으로 집을 짓고 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010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중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61%로, 기업부채(금융사 제외)는 118~159%로 급증했다. 과잉 투자는 자산시장 거품으로 이어졌고 헝다(恒大)그룹 사태가 발발했다. 정부가 금융 시스템을 지배하는 만큼 당장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값이 20% 하락하면 GDP가 5~1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민간소비를 견조하게 지탱해 내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것도 부의 쏠림을 해소해 중산층을 새로운 소비주체로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부자 증세를 통한 공공지출 확대다. 투자처는 부동산이 아니라 최근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첨단・친환경산업 육성이다. 전문가들이 항다 사태가 일단락되면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코스피는 현재 모든 이동평균선이 무너져 기술적 분석은 어렵다. 역사적 밸류에이션 하단인 주가수익비율(PER) 10배가 2900선이라는 점에서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2900이 PER 10배로 인정받으려면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이익이 줄면 PER 10배 선은 더 낮아진다. 곧 시작되는 3분기 실적과 함께 4분기 전망치가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중요하다.

증시 회복을 전제로 저가매수에 나선다면 우선 금리상승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은행・손해보험주가 유망하다. 아울러 재정지출의 수혜가 클 첨단・친환경산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에 이어 이동수단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2차전치와 전기차 관련주들도 최근 가격조정이 컸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배당주 매력도 높아진다. 최근 기업들은 주가가 부진하면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늘려 기업가치를 유지하려 한다. 최근의 주가하락도 시가배당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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