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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주유소 ‘기름 모자라’ 난리인데...“조작된 상황”이라고?
소비자 패닉바잉 이어져...
존슨총리 체제 실정 부각 현실
정부측 ‘문제 저절로 해결’ 시각

영국의 연료난이 점입가경이다. 석유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소비자의 공황구매(패닉바잉)가 이어지면서 자사 주유소 3분의 1 가량이 연료 부족상태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정부 측은 그러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면서 ‘조작된 상황’이라는 언급도 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경제 충격을 도드라지게 한 연료 수송용 트럭 운전사 부족이 보리스 존슨 총리 체제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형국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1200개의 주유소를 운영 중인 BP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이틀 동안 수요 급증 때문에 주유소의 30% 가량이 주요 등급의 연료가 없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한 언론이 BP가 트럭 운전사 부족 탓에 휘발유·경유를 정유소에서 운반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하고 같은 날 BP가 일부 주유소를 일시 폐쇄한다고 밝힌 뒤 기름 사재기에 나선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4만8000원)로 제한하는 등 일부 주유소는 기름을 배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다른 석유기업 로열더치쉘도 지난 24일 이후 영국 주유소에서 수요 증가로 일부 등급의 연료 공급이 부족하다며 “통상 24시간 안에 신속하게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악화일로인데 정부 태도는 안이해 보인다. 그랜트 섑스 교통장관은 스카이뉴스에 나와 “연료는 풍부하다. 우리나라에 연료 부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료부족은 순전히 공황구매 탓이고, 연료를 비축할 수 없기에 상황은 결국 저절로 해결된다고 했다.

섑스 장관은 아울러 트럭 운전사 부족은 코로나19가 자격증 취득 절차를 방해해 새로운 노동력이 시장에 진입하는 걸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5000명의 외국인 트럭 운전사와 육류 업계 종사자 55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는 브렉시트와 열악한 노동조건이 외국인 운전자를 강제로 몰아냈다고 지적했고, 임시 비자 발급은 단기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료공급을 넘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섑스 장관은 BBC에 나와선 연료 사재기를 두고 ‘조작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물협회의 누군가가 정부와 업계간 회의에서 거론된 BP의 트럭 운전사 부족을 언론에 흘린 뒤 사재기가 벌어졌다면서다.

여론은 보리스 존슨 정부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옵저버지(紙)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67%는 정부가 위기를 잘못 처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나왔다. 68%는 브렉시트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당 연차총회 연설에서 정부 장관들이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노동력 부족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고 더 큰 임시비자 제도를 요구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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