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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도 국민도 ‘ENJOY 올림픽’
경기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
순위를 국가위상 연결 안시켜

올림픽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우리 국민이 올림픽을 즐기는 법이 바뀌었다. 메달이 없어도 좋고, 있으면 더 좋았다. 약자에겐 격려가, 강자에겐 축하가 이어졌다. 선수들도 달라졌다. 은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며 울던 모습은 옛일이 됐다. ‘체력이 국력’이던 시절을 지나, 스포츠로 국위선양을 하던 시즌을 너머, 이제는 ‘인조이(ENJOY) 올림픽’의 시대가 왔다.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뉴노멀’의 시작을 알렸다.

승자에겐 축하가 쏟아졌다. 사상 첫 하계 올림픽 3관왕은 안산이 차지했다. ‘페미 논란’은 안산의 집중력을 흔들지 못했다. 양궁의 ‘뽜이팅 전사’ 김제덕은 두개의 금메달 만큼이나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도 화제가 크게 됐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김정환은 3개 올림픽 연속 메달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롤모델 양학선을 따랐던 신재환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의 눈물과 림프암을 극복한 태권도 인교돈의 스토리도 감동이었다. ▶관련기사 6·7면

메달이 없어도 응원은 계속됐다.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은 세르비아에 0-3 완패했다. 브라질과 준결승 패배(0-3)에 이은 연패였다. 그러나 어느 메달보다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일본과 터키를 상대로 일군 극적인 역전승 때문 만은 아니었다. 객관적인 열세가 자명했음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팀에 보내는 찬사였다. 팀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던 야구 국가대표에 비난이 가해졌던 이유도,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그의 태도에서 승부에 대한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패에도 불구하고 축하받은 팀도 나왔다. 5전 5패, 12개팀 중 12위. 그러나 남자 7인 럭비팀을 향한 응원은 뜨거웠다.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역영을 펼쳤던 황선우와 팔꿈치 신경이전 수술을 받고 올림픽에 출전한 속사권총 한대윤,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다시 쓴 우하람,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 여자 역도 이선미 역시 메달이 없어도 아낌없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요트 불모지에서 일군 하지민의 올림픽 7위는 대단한 성과였다.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종합순위 16위(금6·은4·동10)를 기록했다. 지난 1984 LA 올림픽 이후 37년만의 최저 성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가위상이 떨어졌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스포츠 외에도 국위선양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중이다. 경제성장률과 영화(기생충), 음악(BTS), 문화(태권도)에서 충분히 세계 주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인정받았다. ‘인조이 올림픽’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올림픽을 비로소 스포츠 제전으로 온전히 즐기게 된 국민 덕에 3년 뒤 파리올림픽이 더욱 기대된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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