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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내서 투자, 테마주 쏠림…재현되는 고질적 매매악습[리셋동학개미]
신용공여잔고, 이달 들어 24조 돌파…증권사, 대출 중단 속출
신용비율 상위 종목에 정치 테마주 다수…주가 급등락에 손실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지난해 한국 증시의 새역사를 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거치며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렸다.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과 대형주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가 마침내 정착됐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올해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이 이어지며 과거 고질적인 악습으로 꼽히던 빚투(빚내서 투자)와 단기매매, 테마주 투자 현상이 재차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신용공여잔고는 최저치인 5월7일 22조6000억원에서 27일에는 24조6001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공여잔고는 지난 1일 처음으로 24조원을 돌파한 한 뒤 19일에는 24조771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신용대출이 늘면서 급기야 증권사들이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지만, 급증한 대출 수요에 돈을 빌려줄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6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서비스와 증권담보융자를 일시적으로 막았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2일부터 신용융자를 비롯해 증권담보융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증시 상승장에서 ‘빚투’가 급증하는 게 통상적인데, 현재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빚투’가 늘자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은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다 미국 연준(Fed)의 테이퍼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깜짝 반등을 보이긴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투자자들이 기대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반대매매로 인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급격히 내려갈 때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 회수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3월에는 반대매매가 시장에 많이 나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용으로 마련한 투자자금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대선 관련 테마주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2차전지, 친환경 등과 달리 실체가 없는 정치 테마주는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풍문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면서 투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신용비율이 높은 10개 종목 중에 정치인 관련 테마주가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솔홈데코(10.28%)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하게 주장하는 ‘기본주택 공급확대’ 정책의 수혜주로 주목을 받고 있고, 까뮤이앤씨(10.60%), 콤텍시스템(9.87%), 써니전자(9.54%)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관련주로 분류된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가치나 실적이 아닌 유력 정치인와 얽힌 이슈에 따라 급등락을 보여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통주식수도 적기 때문에 ‘작전 세력’이 개입할 여지도 큰데다 일반 종목에 비해 반대매매의 위험성도 커 큰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치 테마주는 정책이나 기업의 미래 전략보다는 정치 이벤트로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그 가격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남 실장은 또 “변동성이 큰 테마주는 가상자산 투자나 레버리지가 큰 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해 투자자들이 큰 기대감을 갖고 타이밍을 잘 잡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이 중소형주의 스몰캡으로 가격 급등락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테마주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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