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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에어컨 3일 풀가동”…실외기 화재·정전·‘홀짝제’ 대안도 [촉!]
7일째 열대야…올여름 총 12일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화재사고
홀수층은 홀수시간대에 사용 등
‘에어컨 홀짝제’ 案까지 등장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오후 8시26분께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실외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유혜정 수습기자] 서울에 열대야가 27일로 일주일째 지속되는 등 심한 폭염 탓에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실외기 화재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잠 못 드는 밤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에어컨 홀짝제’를 실시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2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오후 8시26분께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실외기 화재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약 20분 만에 꺼졌으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은 현재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당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화재가 난 아파트 세대에서 창문을 열어 놓지 않고 3일 동안 에어컨을 가동하다가 실외기 과열로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주민 조모(47) 씨는 “‘펑’ 하는 소리가 들려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옆동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며 “옆동은 지난주에 전력 수급 문제로 정전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10번 넘게 관리실에서 ‘소비전력 사용을 초과해 각 가정에서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모두 뽑아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아이들이 초·중학생이라 집 안에서 에어컨을 거의 15시간 틀 수밖에 없다”며 “맞벌이 부부라 아이들끼리 있는데 정전이나 화재 사고가 또 날까 불안하다”고 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시 등 수도권에서도 정전 사고가 잇따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모(25) 씨는 “21일 외출했다가 들어와 에어컨, 선풍기를 틀고 화장실에 샤워하러 들어갔는데 갑자기 정전됐다”며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머리도 자연 바람으로 말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30분 만에 복구됐지만 아파트 꼭대기층이라 가족과 함께 꼼짝없이 집 안에 있었다”고 했다.

인천 남구에 사는 김모(48) 씨도 “아내가 몇 주 전부터 수술을 마치고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인천 일대가 정전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돼 병원 측에 ‘전력에 문제는 없는지, 입원 병동이 정전되면 대비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문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 뒤에 패혈증 등 염증 질환에 주의해야 하는데 정전이 되면 더위 때문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어컨 홀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홀수 층은 홀수 시간대에만, 짝수 층은 짝수 시간대에만 가동하자는 ‘에어컨 홀짝제’ 안내가 단지에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조씨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마당에 누가 ‘에어컨 홀짝제’를 지킬지 의문”이라며 “밤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정전을 겪은 김씨도 “오히려 ‘에어컨 홀짝제’가 더 비효율적일 것 같다”며 “에어컨을 껐다 켰다 가동시키면 오히려 전력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이모(54) 씨는 “옛날에는 에어컨 없이 지내기도 했다”며 “다 같이 정전돼서 불편을 겪기보다 홀짝제 시행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에어컨을 틀기보다 얼음팩이나 선풍기를 이용하는 등 전력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상청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열대야 일수는 13일로, 모두 8월에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날까지 벌써 열대야 일수가 12일이나 된다. 아울러 5월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온열 질환 사망자는 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폭증했다. 온열 질환자는 7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6명)의 2배가량이나 된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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