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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습도·태풍까지’…사람 잡는 도쿄올림픽
27일 태풍 네파탁 탓 女 철인3종 시간 연기
전날에는 폭염 때문에 ‘철인’들 실신 속출
“IOC가 돈 때문에 선수들 건강을 위협한다”
27일 오전 6시께 여자 철인3종 경기가 열린 도쿄만에 태풍 네파탁이 상륙하면서 폭우가 내렸다. 주최측은 경기 시작을 15분 연기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철인3종 경기에선 선수들이 무더위 탓에 실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이 자연재해 수준의 날씨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태풍 네파탁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각종 경기들이 연기됐고, 전날에는 철인3종 경기 우승자가 폭염 속 강행군 탓에 경기 완주후 휠체어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테니스 선수들은 너무 더운 오후 3시 경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러시아 양궁선수는 경기 도중 실신했다. 당초 일본은 올림픽 도쿄 유치를 위해 ‘온화하고 맑은 날이 많다’고 했는데, 이 멘트는 ‘일본의 거짓말’이 돼 돌아왔다.

27일 도쿄 올림픽 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0분으로 예정됐던 여자 철인3종 경기가 15분 지연됐다.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태풍 네파탁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고 경기 장소였던 도쿄만의 각종 기물들이 휩쓸려 버린 것이다. 다행히 경기는 6시45분 열렸다.

태풍 상륙 소식에 이날 오전 예정됐던 여자 양궁 개인전 일정도 순연됐다. 강풍과 폭우가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남자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노르웨이 블루멘펠트 선수가 경기를 마친 다음 구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전 폭염과 혹서 속에 치러진 남자 철인3종경기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구토와 함께 실신하는 사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우승자 블루멘펠트는 1시간45분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자리에 쓰러져 구토를 했다. 치료를 받기 위해 휠체어에 실려 갔다. 이외에도 적지않은 참가자들이 실신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철인’들마저 도쿄 폭염 앞에 쓰러진 것.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블루멘펠트는 휠체어에 실려 이동했다. 다행히 그는 이후 건강을 회복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미국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은 “일본올림픽조직위가 날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선수들이 그 대가를 치렀다”고 비판하며 “남자 트라이애슬론은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했지만 섭씨 30도, 습도 67%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CNN도 일본의 한여름 날씨에 일부 선수들이 컨디션 악화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이 개막한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날씨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남자 테니스 세계 1·2위인 노박 조코비치와 다닐 메드베데프가 경기 시간을 저녁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조코비치는 “너무 덥고 습해 하드코트가 열을 흡수하는데 바람도 불지 않는다. 왜 경기 시간을 조정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여자 양궁 랭킹라운드 경기 중에는 러시아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가 실신했다. 곰보에바는 72발을 다 쏜 뒤 점수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이날 도쿄 온도는 33도였고, 체감온도는 38도에 달했다.

살인적인 폭염과 찌는 듯한 습도, 그리고 태풍까지 겹치면서 도쿄 올림픽은 ‘날씨와의 전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 일본에선 열사병 응급 환자가 7만1000명 발생했고 6~9월까지 사망자수는 118명에 이르렀다. 2020년에도 환자수는 6만5000명, 사망자수 112명으로 집계됐다.

날씨에 대한 우려는 도쿄가 개최지로 선정될 당시부터 불거졌다.

경쟁 후보 도시로 올랐던 터키의 이스탄불과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여름 날씨가 비교적 온화한 데 반해, 도쿄의 경우 높은 습도 탓에 체감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엔 ‘숨막히는 여름 더위(stifling summer)’ 탓에 10월 10일에 개최돼 14일간 치러진 바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마라톤이 일본에서 위도가 가장 높은 훗카이도(북해도)에서 열리는 것도 폭염 날씨 탓이다.

살인적인 날씨가 예견 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올림픽이 가장 더운 7~8월 사이 치러지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올림픽위원회(IOC)는 하계 올림픽 개최 기간에 대해 “7월 15일부터 8월 31일 사이 개최를 권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미국의 풋볼(NFL)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9월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기간과 NFL 경기 기간이 겹칠 경우 IOC는 주 수입원인 TV중계권료가 줄어들게 된다. 도쿄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도쿄는 IOC의 뜻대로 “7~8월 개최”를 약속했던 데 반해, 카타르 도하는 “10월에 열겠다”고 밝혔다. 결국 IOC의 이해와 일본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폭염 올림픽’이 성사된 셈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기자 다마키 마사히로는 “폭염 올림픽은 IOC 탓이다. IOC는 미국 방송국으로부터 거액의 TV 방영권료를 받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시즌과 겹치는 가을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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