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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기후변화는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나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고기압의 중첩으로 인해 한반도 상공의 열기가 빠져 못하는 ‘열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한반도뿐만 아니고 미국, 캐나다 서부에서도 40도가 넘는 기온에 한반도의 8배가 넘는 지역이 산불로 탔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100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140여년 만의 가장 높은 35도 이상을 기록했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마다 한반도 면적 크기 정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속도면 2035년이 되면 북극에서 빙하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북극의 빙하가 없다면 기후 재난이 오고, 결국 지구 멸망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류가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보다 몇 배 더한 고통을 기후 이상으로 겪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사병, 열사병, 식중독, 인수공통 감염병 등의 증가는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급격한 기후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어떨까?

기후 변화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알코올 중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극단적인 기후에서는 공격적인 행동과 폭력, 범죄가 증가하는데, 특히 가정폭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더운 날씨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술 섭취가 증가하고, 자살이나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입원이 증가하기도 한다.

스탠퍼드대의 마셜 버크 교수의 연구(2018)에 의하면 한 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미국에서는 자살률이 0.7%, 멕시코에서는 2.1%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6억개 이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단어를 분석해보니 온도가 올라갈수록 우울과 자살 관련 내용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버드대의 매튜 랜손 교수에 의하면(2012), 1960년부터 2009년까지 50년간 미국의 범죄율과 기온 변화가 아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2099년 사이에 기후 변화가 없을 경우와 비교하면 살인 3만5000명, 강간 21만6000명, 심한 폭행 160만명, 단순 폭행 240만명, 강도 40만9000명, 절도 310만명 등이 더 발생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예측했다. 이런 결과를 비춰볼 때 최근 가정폭력이나 범죄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한다. 기온 변화가 기억력, 주의집중력, 반응속도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것은 단순히 허공에 뜬 구호가 아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우리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기후 변화는 해마다 점점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탄소 제로와 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노력이 있다면 이러한 실천이 모여 급격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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