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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이제는 ‘찐팬’을 잡아야 하는 시대
황충원, 강하면서 귀엽다
황샤이
나는 절대 황충원 같은 피지컬과 비주얼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찐팬 확보에 유리한 조건이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금은 ‘찐팬’을 잡아야 하는 시대다. 막연하지만 많은 팬보다 적은 수라도 ‘찐팬’이 더 중요하다. 찐팬의 취향을 확실하게 저격해주는 그 무엇의 존재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그러니 대중문화 제작자들은 팬덤 구축을 위한 작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한 밀리터리 서바이벌 ‘강철부대’는 시작부터 강렬했지만, 육준서와 황충원 팬덤이 형성되면서 인기를 끌고가기 유리했다. 황충원은 그 후 ‘아무튼 출근’ ‘도시어부3’ 등에 잇따라 투입되고 있다.

'싱어게인'은 63호(이무진)가 '누구 없소'로 1회만에 찐팬을 반들었다. 그러다 초중반에 접어들면서 30호(이승윤)의 '찐팬'이 큰 규모로 형성됐다. '슈퍼밴드2'도 기타, 피아노, 프로듀싱, 보컬, 비주얼까지 지녀 "못하는 게 뭐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기탁과 김한겸, 김예지, 박다울, 빈센트 등에 대한 찐팬들의 존재가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팬 수의 규모가 곧 인기순이며, 그것이 스타성의 정도를 결정지었다. 돈도 거의 그 순서대로 벌었다. 배용준, 장동건 시대 이야기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는 연예인이 인기순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라이브 커머스에서 래퍼 염따도 순식간에 큰 매출을 올렸다.

물론 산업화 시대에도 ‘찐팬’의 존재는 필요했다. 신승훈의 일본 골수팬 5명이 1990년대 후반부터 맹활약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들의 네트워킹으로 일본팬을 확장시켜나간 신승훈은 2008년에는 1만5천여 관객이 운집한 ‘요코하마아레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찐팬’은 필요하다는 정도를 넘어 생존의 필수요소다.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 ‘I-LAND’는 프로듀서101 사건 여파 등으로 부진했지만, 그 곳에서 배출된 7인조 보이그룹 엔하이픈은 ‘빌보드200’ 18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송중에 생기는 글로벌 팬덤은 시청률에는 잡히지 않는다.

시청률이 아닌 찐팬의 관점에서 보면, ‘미스터트롯’은 크게 성공한 반면 ‘미스트롯2’는 실패다. ‘미스터트롯’ 탑7의 이름은 다 알지만 ‘미스트롯’은 누가 우승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BTS도 찐팬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찐팬의 숫자가 처음에는 많지 않았음에도 전세계를 연결해보니 그 수는 엄청나게 많아졌다. 아미들은 거의 전세계에 걸쳐 활약한다.

모바일폰으로 속도와 정보의 민주화가 완벽하게 실현된 지금은 '대중픽'을 넘어 '마이픽'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여기서 찐팬은 진짜로 스며든 팬이다.

찐팬이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지는 잘 생기고 노래 잘해 호감도 높은 트로트 가수 한강이 '트롯 전국체전' 파이널전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정작 한강에게 필요했던 것은 TV를 보면서 "노래 멋있게 잘하네" "잘 생겼네" 하고 말하고 마는 시청자들이 아니라, 자정이 넘도록 자신에게 문자투표를 보내줄 수 있는 '찐팬'들이었다.

빌보드 '핫100' 1위도 쟁취하는 시대라고 한 평론가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는 1위를 조작하거나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빌보드 1위에 오른 곡도 시간이 지나면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순위집계를 결정짓는 횟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버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횟수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 찐팬들의 활약 때문이다. 이런 일을 소속사 하이브가 했다면, 불법 음원사재기가 되지만 찐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권장사항이다. 음악산업을 살찌우는 행위이자 존재들이다.

초기부터 ‘찐팬’의 숫자가 고척돔에서 공연을 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임영웅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찐팬, 소위 팬덤을 구축해야 시즌제나 활발한 부가사업도 가능해진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캐릭터를 먼저 구축해 팬덤이 생기니 주 1회 방송으로도 시즌제로 계속 갈 수 있었다. 캐릭터 사이에 주고받는 감정선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석형(김대명)이 송화(전미도)에게 “분만후 남편이 아기에게 먼저 가지 않고 아내에게 먼저 다가가 고생많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예뻐보이더라”고 말할때 나는 울컥했다. 이제는 찐팬, 팬덤 구축의 시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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