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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한 3C WGP 경험해보니…“시간제방식도 좋더라”
“우승은 한국선수가 하면 좋지만 야스퍼스 유력 후보”
세계 정상급 허정한의 허심탄회 대회 리뷰와 예측
대회장 프레스룸에서 만난 허정한. 정복을 갖춰 입는 경기 때와 달리 모든 일정을 마친 상황이라 가벼운 케주얼 복장을 한 채 편안한 표정이다. 조용직 기자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 정상급의 3쿠션 당구 스타플레이어 허정한(44·경남당구연맹)이 월드 3쿠션 그랑프리에서 첫 적용된 ‘시간제’ 경기방식에 대해 넉넉히 합격점을 줬다.

허정한은 이 대회가 열리고 있는 원주 호텔인터불고원주 특설 경기장에서 기자와 만나 “당구가 좋아서 치는 선수한테는 기존 점수제, 세트제처럼 시간제 도 다 괜찮은 방식”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플레이한 선수마다 감상이 다르고 불편함을 느낀 경우도 있겠지만 적응의 문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정한은 세계강호 17명과 한국 선수 15명이 출전해 32강으로 출발한 이번 대회에서 32강 풀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진출했으나 16강 풀리그에선 3승3패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세트 득실에서 밀리며 아깝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현재 대회는 8강 풀리그 중이며 17일 우승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진출자 4명이 가려진다.

이번 대회 개인전은 40점이나 50점 등 목표점수에 도달하면 승리하는 점수제 경기가 아니라 25분(3세트는 15분)의 제한시간 안에서 다득점하면 승리하는 시간제 경기로 치러졌다. 이는 “17살에 당구를 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당구인생 처음 접한 경기 방식”이라는 허정한의 말처럼,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여기에 세트제가 가미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연 경기 양상이 어떨지, 선수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것은 아닌지, 뜻하지 않은 불합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해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니 그렇다.이 대회에서 총 14번의 경기를 치른 허정한은 직접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인 만큼 어차피 잘 치는 선수가 잘 친다”며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무난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이 시간을 활용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봤다. (편집자주: 경기 제한 시간이 임박했을 때 지연 플레이로 경기시간을 일부러 소모하는 것을 의미) 이런 시간 전략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허정한은 이 대회에 우승상금 1억원, 총상금 4억2000만원 등 통상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비해 몇배나 큰 거액이 걸린 것에 대해서도 환영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내대회보다는 국제대회에 출전했을 때, 상금이 적은 대회보다는 많은 대회에 나갔을 때 아무래도 텐션이 더 올라간다. 현재 8강 경기를 관전해 보니 선수들의 긴장감이 32강과 16강에 비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것은 (경기의 극적 묘미를 높일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도, 관전하는 팬들에게도 긍정적이다.”

피지컬 요소가 적은 편인 바둑은 과거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이는 40~50대에 기량이 만개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으나, 10~20대 신진기사들이 조기에 세계정상권에 다다르면서 사장된 이야기가 됐다. 당구도 연륜의 스포츠라는 시각이 대세였지만 점점 뒤집히고 있다.

당구 역시 이런 대회들이 많아져 당구가 스포츠로서 더 인기가 많아질수록 우수한 선수자원이 조기 유입되므로써 선수들의 평균 연령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의 4대 천왕(딕 야스퍼스, 프레드릭 쿠드롱, 토브욘 블롬달, 다니엘 산체스)이 향후 5~10년 뒤 저무는 시점에서는 20대부터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8강에서는 야스퍼스, 블롬달을 비롯해 세미 세이기너 등 4명의 터키 선수, 그리고 김준태와 황봉주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를 지목해 달라는 요청에 “같은 몰리나리 소속 후배인 김준태나 경남 후배인 황봉주가 승리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역시 세계 1위 야스퍼스가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명을 더 꼽으라면 블롬달인데, 10년만 더 젊었다면 확실한 우승 0순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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