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MZ세대와 ‘셀카’ 찍는 은행장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오후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개최했다.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 왼쪽에서 6번째, 캐릭터 라울(Raul))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2일 하나은행은 네이버의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해 신입행원 멘토링 프로그램 행사를 개최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도 ‘라울’이란 닉네임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같은날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MZ세대 직원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셀프카메라를 찍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 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 키워드로 ‘MZ세대’를 꼽았다. 유튜브와 줌으로 MZ세대 행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학 교수를 초빙해 MZ세대와의 소통법도 배웠다.

금융업계의 모든 CEO가 온 힘을 다해 MZ세대와의 소통에 애를 쓰는 모습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늘 있었지만 MZ세대는 ‘속도’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MZ세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활동이 확산되자 더욱 빠르게 대세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Z세대마저 경제활동으로 구매력이 더해지면서, 주요 고객이자 조직생활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놓는 ‘요즘 신입’이 됐다. 안팎으로 MZ세대를 이해하지 않고선 한발 더 나아가기 힘들어진 셈이다.

MZ세대의 특징으로 꼽히는 ‘재미’와 ‘재테크’도 전통 금융사가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다. 베스트셀러인 ‘90년대생이 온다’에서 “90년대생은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이 기본”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자산시장 가격이 상승하면서 ‘재테크’가 더해졌다.

이들은 주거래은행이 없고, 유리한 이벤트를 제공하거나 보다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손가락 터치 하나로 이동한다. 게다가 ‘앱테크’란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중소 핀테크 앱들도 소셜미디어(SNS) 기능을 탑재해, 소소한 소통의 재미를 더하며 2030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기존 금융사들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유통되는 통화를 다루며 위험을 최소화하는 은행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상 세계에 발을 딛게 된 아이러니도, ‘재미’가 없으면 소비하지 않는 MZ세대와 함께 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메타버스 금융서비스가 본격화되면 MZ세대가 주 수요층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MZ세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상황을 집중적으로 경험하면서 가상세계 속 사회활동에 익숙하고 가상 재화나 서비스 구매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로 입거나 걸치지 못하는 명품을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위해 기꺼이 사들인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토스 등 유니콘 인터넷 금융사들이 상장을 앞두거나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그룹들이 느끼는 위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MZ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너무나 벌어진 세대 차 때문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대부분이 4050대다.

모 금융지주사의 50대 부장은 “실제 모여서 회의를 하면 되는데 왜 메타버스로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아바타에 돈을 쓰는 것도 납득이 안된다”고 털어놨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3년 CEO에서 물러나며 “젊은 세대를 믿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믿는 것” 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그들이 될 수 없다면 그들을 믿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는 뜻일까?

경영진들이 나서 MZ세대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아빠가 친구들이랑 셀카 몇 번 찍었다고, 게임 몇 번 했다고 아빠와 친구처럼 놀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yjsu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