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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가상자산거래소와 무법자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오너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투톱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실질적 최대주주들이 줄줄이 송사를 겪고 있다.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재계약을 앞두고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 검증의 총책임을 떠안은 은행에겐 또다른 부담이다.

지난 6일 법원에 넘겨진 빗썸의 실질적 최대 주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과 재심을 기다리고 있는 송치형 두나무 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만 보면 가상자산사업시장은 그동안 도덕도, 원칙도 없는 ‘무법천지’였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전 의장은 매수인 A씨에게 공동 경영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고 그 코인을 상장해주겠다’고 속여 계약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나무의 송 의장은 회사 계정을 만들어 거짓 거래로 1500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지만 검찰 측의 증거 불충분으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업비트는 이 과정에서 사기적 거래를 한 사실이 없으며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회사 및 임직원이 이익을 취한 것이 없음을 소명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 당시 거래소의 거래 참여 자체가 금지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거래소들이 거래 지원을 종료(상장 폐지)한 코인 발행사들과 줄소송을 진행 중인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빗썸과 업비트에서 각각 거래 지원이 종료된 드래곤베인(DVC)과 피카의 발행 주체들은 상장 폐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도, 폐지도 거래소 ‘맘대로’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무법지대’에서 거래소들이 기준 없이 코인을 상장하며 몸집을 불린 결과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검증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사실상 은행을 통한 ‘간접 통제’를 하고 있다. 은행에겐 얻는 것에 비해 부담이 너무 크다. 실질적 대주주들의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들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연장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거래소가 신고된다면 코인 상장 및 폐지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은행이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맡게 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면박 받을 게 뻔한 ‘은행 면책 기준 검토’를 요구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거래소 검증이 은행의 일”이라며 은행 면책 기준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그는 “준비된 은행, 감당할 수 있는 은행은 받아주는 거고, 아니면 못하는 것”이라며 “그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까지 외면해버리면 ‘대형 거래소’를 믿고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만 낭패를 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이익을 본 것은 가상자산거래소 밖에 없게 된다. 업계는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이 지난 2월 기준 1년 사이 10~11배 늘었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수료 수입 역시 10배가 됐을 걸로 보고 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엄청난 성과급 잔치, 복지 잔치가 벌어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법이 없는 곳에서는 역시 무법자들이 승자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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