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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지금은 정책공조가 필요한 시점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7.0%(3월 6.5% 전망), 물가상승률은 3.4%(3월 2.4% 전망)로 상향조정하고,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공개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2023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2일 하원 코로나19위기특별위원회에서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높다면서도 지난 1970년대식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며 금리도 선제적으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시기와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4명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7월에 기준금리 인상 ‘소수 의견’이 나오고 10월께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1분기 초과 세수를 활용해서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사실상 전국민 재난지원금, 신용카드 캐시백,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이른바 ‘현금살포 3종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지만 정책효과도 의구심이 드는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무리하게 자영업자 손실 보상 소급 적용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권 말과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여야 가리지 않고 마구 재정을 퍼붓는 온갖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도 정권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도 확장재정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자산가격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을 준비하는데, 정부는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려 한다. 통화와 재정 당국의 엇박자는 늘 있는 일이지만 요즘처럼 극명하게 대비된 적도 없다. 글로벌 긴축시계가 빨라지면서 기조 전환을 서두르는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간 엇박자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데 정부는 돈 풀기에 몰두해 통화와 재정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해서 물가목표 2%를 넘어서고 있지만 경기 회복 초입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적정한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민간소비·고용 등 실물경제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섣부른 금리 인상은 과도한 민간부채로 오히려 디플레이션 저항을 만나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여타 신흥국과는 상황이 다르고 미국만큼 급격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연준의 출구전략을 관망하면서 출구전략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현재의 상황은 자동차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양상과 흡사하므로, 정책 조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쇼크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초기 단계이므로 통화 당국은 성급한 긴축 기조 전환을 자제하고, 정부는 더는 경기부양 목적의 확장재정을 멈추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피해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연준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 발생할 대내외적인 경제 충격에 대비해 그동안 풀린 유동성을 점진적으로 흡수해 기업 및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불요불급한 포퓰리즘성 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강명헌 전 금융통화위원·단국대 명예교수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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