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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규의 현장에서] 아직은 낯선 ‘노(NO) 마스크’

얼마 전 아는 분과 처음으로 식사를 함께할 자리가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분의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그분을 알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이후다. 알게 된 지 1년이 넘는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눈과 목소리만 익숙했지, 민낯(?)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낯선 기분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통해 7월부터는 백신 1차 접종자나 접종 완료자라면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언제쯤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올까’라며 ‘노(NO) 마스크’를 기다려 왔고 1년7개월 만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마냥 신나는 해방감만 생기지는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 국민 중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비율은 30%에 그친다. 더구나 활동이 활발한 20~50대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아직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면(설령 백신 접종자라도) ‘안심’이 되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1년 이상 이어진 마스크 생활에 익숙해진 탓이겠지만 아직 마스크를 벗는 것은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행동으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더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더 센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 델타 변이는 전 세계 80개국에서 유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2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에 마스크를 벗었던 유럽 등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며 방역지침을 완화한 조치는 섣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매일 500~600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올 만큼 코로나19는 진행 중이다. 많은 예방전문가가 그나마 지금처럼 유행을 억제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한 마스크 착용’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감염예방전문가는 “성인 인구의 약 80%가 1차 접종을 한 영국에서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다시 확진자가 늘자 방역 규제 해제시점을 7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며 “아직 국민의 절반도 접종이 안 된 국내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게 한다면 가을철 또다시 큰 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아는 분과 식사를 한 뒤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일렀나’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노 마스크는 낯선 시기다. 마스크, 지금까지도 써 왔는데 조금 더 참았다가 벗어도 좋을 것 같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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