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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엄마로서의 삶, 나의 삶 함께 외나무다리 건너기

여러 정책 중 ‘일·가정 양립정책’은 그 효과성을 체감하기가 여느 정책보다도 쉽지 않다. 양립이 과연 가능한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남성과 여성 중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의 논쟁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인적으로 늘 궁금함이 자리 잡는 부분이 있다. 과연 정책이 뒷받침된다고 한들 내 마음이 충족하게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내가 원하는 만큼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 모두를 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이상 어느 정도의 개인적 양보도 필요하다지만 무언가 내가 하는 일에 있어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른 핑계를 찾으며 뒤로 숨고 싶어지는 순간이 종종 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여성인 엄마의 삶은 아직까지도 무언가를 상대적으로 많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왠지 모를 책임감, 그리고 반드시 엄마만이 해야 하는 일들이 늘 눈앞에 산적해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더라도 내 자아의 발전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쓴다는 것은 평범한 상황에서 쉽지 않다. 아니, 참 어렵다.

며칠 전 정치인에서 멋있게 작가로 변신한 한 선배의 첫 번째 개인전을 다녀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이렇게 내 일에만 몰두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때까지 내 열정이 살아 있을까?’ 신변잡기에 불과한 개인의 넋두리일 수 있으나 나름대로는 일반적인 현상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여자인 엄마로서의 사회적·내재적 한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가족의 희생, 때로는 아이의 희생 없이는 여전히 엄마인 지위에서 나 자신만을 위해 내가 오롯이 하고픈 일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그렇지만 결혼도 내 선택이니 내가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것 역시 너무도 가혹하다. 어느 정도까지 타협을 한 후에 나의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으로, 고군분투 육아기가 지난 이후까지 버틸 수 있는 개개인별로 가진 역량의 무게와 정도를 생각해봐야 한다. 개인별 열정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열정 이전에 개인적 역량은 능력과 사회적 상황 모두를 포함한다. 육아와 일 둘 중에 확실히 하나를 선택하든, 둘 다 어영부영 마지 못해 끌고 나가든 혼자의 힘으로만은 불가능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육아에 대한 열정이 넘치더라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결국 여성이 엄마의 역할과 자아를 모두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 중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 모아주는 선한 에너지의 집결’이라고 요약된다.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들이 이해해줬고, 남편이 정신적으로 도와줬으며 주변에서 늘 끊임없이 긍정적인 자극을 준 것이 엄마로서의 삶, 정치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으로 변화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일·가정 양립정책의 진화는 사회를 변화시켰고 우리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진일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해당 정책이 제도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 내가 속한 사회의 현실적인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 모든 여성이, 모든 사람이 함께 이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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