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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늘어나는 조세불복, 납세자 중심 조세체계 서둘러야

납세자의 조세불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한 조세불복 건수가 2020년 1만2795건으로, 전년 8658건에 비해 무려 48% 증가했다. 국세청의 이의신청 건수도 3903건으로 전년보다 18%가 늘었고, 국세청 인터넷상담이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납세자의 조세 관련 불만이 매우 크게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서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힘들다. 1인당 국민소득(달러)이 2019년에 전년보다 4.3% 감소했고, 2020년에도 1.1% 감소함으로써 국민의 조세부담 능력이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7년에 3%포인트,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2020년에 3%포인트 인상됐다. 부동산 가격도 폭등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도 크게 늘어났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조세부담은 늘었다. 이 과정에 납세자들은 세금에 대한 불만이 증가했고, 조세불복 청구를 늘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납세자가 조세불복을 국세청보다 조세심판원에 많이 하는 이유는 과세권자인 국세청에 하소연해도 잘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 심사청구의 인용률은 2020년 24.1%로 전년보다 4.0%포인트 늘어났지만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는 30%로 전년보다 16.1%포인트가 증가했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의 인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납세자는 자기의 세금이 억울하면 불복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문제를 파악할 능력이 부족해 불복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세법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일차적으로 세금에 대한 불복 사항을 인식해야만 전문가인 세무대리인을 찾아 조세불복 신청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납세자에 대해 세금의 신고·납부를 독려하기 이전에 세금의 이해력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 조세제도를 조삼모사식으로 변경하거나 세금계산을 복잡하게 해서는 안 되며, 조세행정도 단순화해야 한다.

국가는 세금을 실물경제에서 주된 정책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세금으로 억제하는 것은 큰 부작용을 야기한다. 세금은 보조적인 정책수단이며, 국가재정 및 소득재분배 등에 제한해야 한다.

부동산 등 실물경제는 원칙적으로 세금이 아닌 수요·공급의 경제원리가 작동돼야 한다. 헌법 35조에서도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감세가 아닌 증세를 함으로써 납세자의 불만이 쌓이고 조세불복도 많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납세자가 과세권자와 접촉할 수 있는 유력한 공간은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이다. 세금의 신고와 납부에 치중함으로써 과세권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납세자는 납세 서비스와 관련해 과거의 세금 이력과 현재의 세금신고·납부 외에도 미래의 세금설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향후 세금제도를 사전에 파악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한다. 이와 관련한 일부 서비스는 국세청이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납세자 중심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가 부족하다.

국가는 향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납세자에게 가상 불복청구서를 자동 작성해 제공하고, 납세자가 이해 가능한 상식적 조세제도의 운용 등 납세자권익을 높일 수 있도록 질 높은 납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납세 서비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최대 서비스 체계다.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은 과세권자가 아닌 납세자 중심의 조세 체계로 구축돼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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