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황제경영은 이제 옛말...자리가 위태롭다

“제품만 잘 만들면 되지, 왜 다른 걸 신경 쓰나.”

한때 국내에서 이 같은 일본식 ‘장인정신’이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수십년 된 우동집, 3대째 내려오는 스시집 등등 묵묵히 한길만 걸어온 그 분야의 장인들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물건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왜 한국에선 이런 분들이 없나’며 한탄하는 사람이 많았다. 기업들도 제품의 핵심 경쟁력을 키울 때 장인정신이 강조되곤 했다.

물론 지금은 이 같은 장인정신만으론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마케팅도 잘해야 하고, 기업 이미지도 신경 써야 한다. 최근에는 MZ(밀레니얼+Z)세대와 교감도 해야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으로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진 셈이다.

아직도 주변을 신경 쓰지 않은 왜곡된 ‘장인정신’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식품업계다.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 특성상 더 맛있고 더 건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고집’이라고 한다면야 응당 이해가 가지만 그래서 제품 외에 다른 부분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최근 남양유업과 아워홈 등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남양유업은 ‘브레이크 없는’ 무리한 경영을 해 온 홍원식 전 회장이 쫓겨나다시피 지분을 정리하며 오너가 바뀌었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했던 홍 전 회장은 주변의 얘기는 듣지 않고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남양유업 사태’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식품을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분명 탈이 난다’는 업계의 불문율은 불도저 같은 홍 전 회장에게는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그가 이처럼 무모할 수 있었던 것은 ‘잠시 잡음이 생기더라도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은 우리 제품을 외면할 수 없다’는 왜곡된 자신감이 기저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보복운전으로 구설에 오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도 자신의 개인적 일탈이 회사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자신이 비상장사의 최대주주이니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워홈의 사업 영역이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 식품사업임을 고려하면 그의 일탈로 인한 기업이미지 손상은 회사에 어마어마한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 결국 구 부회장도 보복운전을 계기로 여동생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빼앗겼다.

제품만 잘 만들면 기업 오너의 개인적 일탈이나 무리한 황제경영 같은 건 쉽게 잊힐 것이라는 착각은 매우 안일한 생각이다. 남양유업과 아워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기업 오너의 실책은 자신의 자리는 물론, 회사를 존폐위기까지 내몰고 갈 수 있다. 특히나 요즘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MZ세대들은 ‘가치소비’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비의 기준을 ‘공정’으로 맞추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나 빛나는 제품력은 오너의 일탈을 이제는 가려줄 수가 없다. 이젠 구태에서 벗어나 변화한 현실을 직시할 때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