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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귀농은 없다?

통계청은 최근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잠정)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해마다 그랬듯이 ‘농림어가 감소, 고령화 심화’가 주된 팩트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간과한 팩트가 숨어 있다. 도시에 살면서 시골 땅에서 농사 짓는 ‘도시 거주 농부’의 급증 현상이 바로 그것. 이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실제 이주하는 귀농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농림어업총조사는 5년마다 전수조사를 하는데, 그사이 4년간은 해마다 표본조사를 실시한다. 2020년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는 103만6000가구로, 2015년(108만9000가구)에 비해 4.8% 감소했다. 하지만 2019년 표본조사 결과(100만7000가구)와 비교하면 2.9% 늘었다. 앞서 2015년 총조사와 2016~2019년 표본조사에서 농가는 계속 감소했다. 그런데 2020년 총조사에서 돌연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농가 증가세 반전을 ‘도시 거주 농부’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1일 기준 특별·광역시(세종시 포함)에 거주하는 농가는 11만1400가구(전체 10.8%)로, 2015년(8만2100가구, 전체 7.5%) 대비 35.8% 증가했다. 2019년(7만4000가구, 전체 7.3%)에 견줘선 50%나 늘었다. 반면에 농촌(읍·면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역도에 거주하는 농가는 5년 전보다 8.1% 줄었다.

특히 서울 거주 농가의 경우 2020년 8548가구로, 2015년(3911가구)에 비해 무려 118.6% 증가했다. 2019년(2851가구)에 비해선 약 200%나 폭증했다. 광역시 거주 농가도 급증했다. 5년 전에 비해 대구는 50.1%, 부산은 47.6%, 대전은 43.3%, 광주는 39%, 울산은 23.7% 각각 늘었다.

특별·광역시를 포함해 도시로 분류되는 전국 동지역 거주 농가 또한 크게 늘었다. 2020년 동지역 거주 농가는 28만4000가구로, 2015년(23만2000가구)에 비해 22.4% 증가했다. 반면 농촌으로 분류되는 읍·면 거주 농가는 2020년 75만2000가구로, 2015년(85만6000가구)보다 12.1% 감소했다.

이렇듯 2020년 총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팩트는 ‘도시 거주 농부’의 급증 현상이다. 도시민이 귀농 대신 도시에 그대로 눌러살면서 보유한 시골 땅에 농사를 짓는 방식을 선택한 것. 여기에는 고령농과 자녀교육을 위한 젊은 농부의 도시 이주, 그리고 애초 도시지역 내 농지에서 농사짓는 ‘도시농부’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도시 거주 농부’의 급증 현상이 나타난 배경은 뭘까. ▷교육·문화·생활 인프라를 갖춘 도시생활 선호 ▷도시 집값 급등과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관리 ▷도시 일자리·사업과 연계한 겸업농 활동 ▷귀농·귀촌 흐름 위축과 현실적인 어려움 인식 ▷땅투기 목적의 농업인 변신 ▷농가 쪼개기를 통한 보조·지원 혜택 챙기기 ▷농막 등 대안 주거시설 활용 ▷교통망 확충으로 농촌접근성 개선 ▷스마트농업 및 도시농업 확산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향후 귀농 흐름에 있어 ‘도시 거주 농부’는 큰 영향을 미칠 중요 변수임이 틀림없다. 귀농에 관심이 있거나 이를 준비 중인 도시민이라면 이의 흐름을 잘 살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정적인 면은 차단하고 긍정적인 면은 살려 지역 균형발전 및 미래 농업·농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정책 당국의 몫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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