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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가사근로자법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

지난달 21일 가사근로자들의 숙원인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인증기관에 대해 가사근로자의 직고용이 가능해져 가사노동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ILO(국제노동기구)가 2011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19대, 20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가사근로자법이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하다가 이번 21대 국회에서 그 결실을 보게 됐다.

1966년 서울 YWCA가 실시한 파출부 직업훈련으로부터 시작된 이 직종의 오랜 역사에도 그간 가사노동은 ‘그림자노동’으로 불려왔다. 수십년간 가사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경제를 꾸려온 근로자라 하더라도 경력이나 노동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인정이나 안전장치가 없었고, 일하다 다쳐도 보호받지 못했으며 의료·산재·실업·연차 등에 대한 보장도 없었다. 일하는 가정 내에서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 일도 빈번했다. 이들의 지위를 규정한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가사근로자법’의 국회 의결을 계기로 가사근로자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근로자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됐다. 2020년 현재 가사근로자는 약 14만명(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이지만 비공식적인 규모는 그 몇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비공식 시장까지 고려하면 그 몇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나 역사에 비해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대표적인 분야라고 하겠다. 현재 가사근로자들의 임금은 월평균 97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열악하며, 근로형태도 개인호출형이다 보니 집집이 요구 서비스가 다르고 서비스의 표준화도 미흡하다.

가사근로자법은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그간 비공식 가사서비스 이용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신원보증이나 책임 있는 서비스 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인데 이용자는 정부가 인증하는 기관을 통해 직접 고용되는 가사근로자로부터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고 더불어 서비스품질 수준도 높아지리라 기대된다. 산업계에서도 가사근로자법은 산업발전의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정보통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O2O 가사서비스시장은 약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리주부 등 관련 업계는 가사근로자법 통과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증가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와 이용자, 관련 업계 모두가 기대하는 가사근로자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먼저 가사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가 필요하다. 현재 직업소개소가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 있는데 가사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가사서비스시장을 공식화한 프랑스, 네덜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부가가치세를 감면하고 있다.

이용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도 서비스 이용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스웨덴 50%, 핀란드 15%, 벨기에 30%, 프랑스 50% 등 외국에서는 가사서비스에 대해 상당한 세액공제를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맞벌이가정과 가사서비스 필요계층에서 더 부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이 밖에 인증기관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초기 지원 및 교육훈련, 시장활성화 지원정책, 공익적 제공기관 지원 등 시장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가사근로자법이 입법 취지인 가사근로자의 권익보호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사서비스 품질 제고 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의 실질적 지원 의지 및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은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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