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우리도 글로벌급 투자은행이 필요하다

지난번 겪은 세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여러 투자은행이 과도하게 판매하며 촉발됐다.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원인제공자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투자은행들이 위험관리와 수익창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투자은행이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 발행과 거래, 자산유동화, 프로젝트 파이낸스, 기업 인수·합병(M&A), 투자 및 금융상품 개발 등의 일을 하는 은행을 의미한다. 예금과 대출 그리고 안전자산 투자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상업은행과는 다른 특징이 많이 있다.

세계 투자은행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 중국의 은행들이 주류를 이룬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미국 전체 경제 규모의 20%를 넘을 정도로 커졌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금융업을 통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자 각종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은행들의 규모가 커진 결과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이다. JP모건체이스는 1799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다. 5100여개 지점과 2조6000달러의 자산, 연간 매출 1억1500만달러, 시가총액 4000억달러를 넘는 미국 최대 은행이다. 2021년 1분기 143억달러(약 16조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1분기 순이익과 비교하면 5배 급증한 것이다.

유럽 투자은행들은 200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든 거래량과 저금리정책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도이체방크는 JP모건,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잇따른 적자로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2016년부터 6위에 머물러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6위에서 8위로, UBS는 7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중국궁상은행 등 중국계 투자은행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코로나19 조기 수습 후 중국 증시의 반등,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M&A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증권업이 침체하자 증권사 대형화 정책을 추진하고자 2011년 7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2017년 대형 투자은행 5개사가 탄생했으며, 2021년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대형 투자은행은 8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의 초대형 초우량 투자은행은 아직이다. 한국 투자은행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미국, 유럽, 중국의 초대형 투자은행에 버금갈 정도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감독과 규제를 대폭 완화해 감독과 실무 간 속도 차이를 줄여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풀려야 한다. 또한 세계적인 금융그룹이나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고 외국어 사용 등 언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중심의 업무를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다양한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고급 전문가를 양성하는 수준 높은 금융교육은 필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금융강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김창기 고려대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