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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명품을 짓는 ‘건설기능등급제’ 시행

건설 생산물의 품질은 기능인의 손끝에서 나온다. 이들의 숙련은 다양한 시공경험을 거쳐야만 완성된다. 옥외에서 시공하다 보니 기후 여건과 재료 상태에 따라 똑같은 작업이 없다. 동일한 타일작업이라도 생산물의 용도에 따라 세부 재료와 시공방법은 모두 다르다. 교과서나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오로지 다양한 상황을 몸으로 부딪쳐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 또 건설 현장에는 조공, 기능공, 팀·반장까지 다양한 주체가 공존하는데 이들의 손발이 맞아야 품질도 좋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당연히 다양한 주체의 역할을 두루 겪어야만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적합한 일을 배분해 현장 전체를 온전히 지휘할 수 있다. 그래서 수십 년의 시공 경험을 거쳐 숙련을 축적한 ‘사람’이 ‘건설업의 재산’인 것이다. 품질·생산성·안전·하자 등이 기능인의 손끝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것은 가능성일 뿐, 몸속에 체화된 숙련이 발휘되려면 여건이 필요하다. 우선 자발적인 헌신성을 유도할 수 있는 심적·물적 보상이 중요하다. 수직·수평적으로 분산된 작업공간에선 타인에 의한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으므로 스스로 일하도록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터득한 노하우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일방적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과거의 방식을 답습할 뿐, 더 효과적인 방법이더라도 창의적 시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린 두 가지 모두를 결여한 채 고숙련 인력의 손끝을 생산물로 되돌리지 못하고, 그저 고령화와 동시에 폐기할 따름이다. 첨단 장비와 공법의 도입에도 품질·생산성·안전·하자 등의 문제가 제자리를 맴도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

기능인의 시공 경험을 활용해 긍정적인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한 건설사의 기능 마스터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품질명장이다. 숙련인력에게 원수급자의 관리자 또는 발주자의 품질관리자 지위를 부여해 시공 경험을 활용할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생산성 향상, 품질 제고, 하자 저감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례는 해당 건설업체 또는 발주기관의 공사에 국한된 것으로,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결국 국가 차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상술한 염원을 담아 지난 5월 27일부터 ‘건설기능등급제’가 시행됐다. 기능인의 시공 경험과 숙련을 오롯이 생산 과정으로 되돌려 품질과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적절한 지위와 보상이라는 직업 전망을 통해 젊은 층의 진입과 육성을 촉진함으로써, 숙련인력 기반과 건설산업 발전의 지속성도 확보하고자 한다. 드러나지 않는 기능인의 숙련 수준을 근로 경력, 자격증, 교육·훈련, 포상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종합해 등급(초·중·고·특급)으로 인증하고, 그에 상응하는 활용 방안과 우대 방안 그리고 교육훈련 방안 등을 마련한다.

비로소 사람이 건설업의 재산이라는 상식을 실천하고, 다양한 시공 경험을 거쳐 완성된 손끝을 온전히 생산물로 되돌릴 수 있게 된다. 건설 기능 등급제는 명품을 짓고 키우는 든든한 명품이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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