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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돈쭐’과 혼쭐 사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샥스핀(상어지느러미찜) 요리를 올렸다가 동물학대 재료라는 지적을 받았고, 우럭, 가재 요리 사진 등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게시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별일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신세계 불매 운동까지 운운한다.

최근 SNS 상의 사소한 발언 하나도 크게 확대되면서 종종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는 것은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미안하다 고맙다’는 생물 식재료를 맛있게 먹고 별 뜻 없이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친여 성향 온라인커뮤니티는 불매를 언급하고, 친야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정 부회장에 대한 지지 발언을 쏟아내는 등 정치이슈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각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눈치를 보며 사소한 말 하나,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돈쭐과 혼쭐’이라는 말도 흔해졌다.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뜻의 ‘돈쭐’은 착한 일을 하거나,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진 기업·점포 등에 대해 각종 응원과 구매가 쇄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 경우에는 불매로 혼쭐을 내준다. SNS를 통해 확산속도도 빠르고,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가치소비를 하는 MZ(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은 미닝아웃(Meaning out.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ESG(사회·환경·지배구조)경영 방침과 맞지 않는 기업의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은 즉각 반발하며 ‘응징’한다.

기업은 나름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남성혐오 논란을 불러온 수많은 기업의 홍보물이 대표적이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오래전 홍보물까지 끄집어내는데 당시 그 손모양이 그런 뜻인지 알지도 못했는데, 무슨 의도가 있겠냐”며 항변한다. 앞서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캠핑 마케팅포스터로 인해 논란이 커진, ‘남혐’ 논란은 다른 여러 기업의 홍보물로도 불똥이 튀었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바람이 불면서 지금도 GS리테일 기사에는 이와 관련한 댓글이 빠지지 않고 달린다.

그러나 설사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사모펀드로 오너 지분이 매각된 남양유업의 사례는 소비자들에게 한 번 찍히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줬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남양유업은 여러 구설에 시달리다 지난달 일명 ‘불가리스 사태’로 결국 추락했다. 기업들은 ‘돈쭐’나지는 못하더라도, 혼쭐나는 일은 피하는 것이 능사라는 점을 새겨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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